[여론마당]이명박/‘서울 경영’과 프로스포츠

  • 입력 2004년 4월 8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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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서울 연고의 프로축구단이 탄생했다. 리그 첫날 4만9000명의 관중이 운집해 초반부터 조짐이 좋다. ‘서울시가 프로축구단 창단에 왜 그렇게 열성적이었냐’고 궁금하게 여기는 시각이 있다. 그런 건 정부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프로스포츠가 도시의 경영과 홍보에 보탬이 될 것인가. 그렇다. 스포츠 팀에 대한 애정이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거둔 4강의 성적은 국제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로마시장을 만났더니 첫마디에 “이탈리아가 한국에 져서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월드컵 덕분에 로마시민이 한국과 서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질투심과 놀라움을 동시에 갖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로마는 스포츠관광으로도 유명하다. 콜로세움을 보려는 사람도 있지만 축구스타의 티셔츠를 사려는 관광객도 많다. 유럽과 미주의 도시들은 대개 그런 식이다. 서울도 세계 일류 도시가 되려면 더 유명해져야 하는데 프로축구가 그 매개가 될 수 있다.

서울시와 FC서울은 베이징과 도쿄는 물론 유럽과 남미의 프로팀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펼칠 것이다. 프로축구가 볼거리가 되고 청계천과 도심광장이 휴식공간을 제공하면, 도시홍보와 관광수입 증진에 보탬이 되리라 확신한다.

스포츠는 또 감정이입과 전염의 효과가 강하다. 월드컵 길거리응원이 ‘우리는 하나다’ ‘꿈은 이뤄진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지 않았던가. 서울 연고의 프로스포츠 팀은 이런 열기를 상시적으로 이어 가고, 시민들이 ‘서울 사랑’의 귀속감과 ‘서울 사람’의 정체성을 갖는 데에 당연히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스포츠산업은 2005년 38조원 규모의 시장이 되리라고 한다. 세계적 스포츠마케팅사들은 벌써 이 시장의 잠재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게 하려면 빨리 지원 육성에 힘써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75년 역사의 ‘동아마라톤대회’를 발전시킨 이 대회는 중국과 일본에 중계됐다. 올가을엔 세계적 자동차경주대회인 ‘챔프카 그랑프리대회’를 개최한다. 이런 노력들이 업계의 성장에 보탬이 되기 바란다.

미국 애틀랜타시는 CNN과 코카콜라의 본사 소재지라는 점 외에 세계 최대의 ‘스포츠용품박람회’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울시는 ‘서울컨벤션뷰로’를 통해 관련 업계가 ‘국제 스포츠용품전시회’를 조직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행사기획의 품질과 고객관리의 기반도 확충할 것이다.

물론 스포츠마케팅의 경험과 역사가 일천하고 어려운 점들도 있다. 하지만 서울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국제회의를 많이 유치하고 있는 도시다. 차근차근 대처해 나가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흑자 경영으로 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월드컵 몰을 세우고 세계 최대의 야외 오페라 공연을 유치하는 등의 ‘경영 마인드’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승부를 건다.

이명박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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