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먼데이]인천 부평경찰서 박용호 검사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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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인천 부평중학교의 2학년 교실. 50여명의 학생이 개그맨처럼 분장을 한 40대 남자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우스꽝스런 노란색 대머리 가발을 쓴 채 생생한 사례를 들어가며 청소년 범죄에 대해 설명했다. 주인공은 인천 부평경찰서 경무과 박용호(朴龍鎬·48) 경사.

박 경사는 1995년부터 전국 중고교와 주부대학, 관공서 등을 돌며 지금까지 10만여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범죄 예방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특이한 자격증을 하나 갖고 있다. 청소년지도자(2급) 자격증이 그 것으로 전국의 경찰관 가운데 유일한 보유자다.

86년 경찰에 투신한 그는 90년 한 해 전국 경찰관 가운데 가장 많은 350여명의 강도 및 절도범을 붙잡아 ‘포도왕’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유도 5단, 태권도 4단 등 무술 고단자인 그는 한때 서울시경 특수기동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숙자 살인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격무에 시달리면서 B형 간염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그는 92년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다는 소년계로 발령받으면서 청소년 범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침에 출근하면 소년계 앞에 매일 학생 10여명이 절도, 폭력 등의 혐의로 조사받기 위해 서있었어요. 특히 부평의 모 고등학교 학생이 많았지요.”

그는 이 학교 학생들만 경찰서에 오지 않으면 관내의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 이 학교에서 첫 ‘청소년 범죄 예방교실’을 개최했다.

이후 많은 학교에서 형사 시절 경험한 생생한 사례를 들며 ‘청소년 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청소년 범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의 주제로 강의했다.

“학교를 찾아다니며 강의한 뒤 신기하게 소년계에 오는 학생들이 줄었어요. 그 때 이거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가 강의한 학교의 학생지도 교사들은 e메일을 보내 ‘문제 학생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하고 있다.

그는 퇴근 후엔 인천불교연합회가 운영하는 ‘인천 자비의 전화’에서 5년째 청소년 상담을 하고 있다.박 경사는 “청소년의 시선을 집중시키려면 많은 소품을 준비해야 한다”며 “청소년 선도에는 마침표가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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