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76…아메 아메 후레 후레(52)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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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 어떻게 생겼는데요?”

“하얀 등나무 꽃을 생각하면 될 거다, 포도송이처럼 축 늘어져 있는데, 꽃망울 하나하나는 날개를 접고 있는 나비 같은 모양이고, 활짝 피면 노란색 술이 보이면서 정말 귀엽다. 지난번에는 마침 5월에 여공들을 데리고 왔었지. 다들 환성을 질렀는데, 지금이 5월이 아니라서 유감이로구나. 가을이 되면 길쭉한 콩깍지 같은 것이 가지에 매달리는데, 다 익으면 벌어지면서 새카만 씨앗이 쏟아져 나온다. 꿀도 채취하고. 가시가 있어서 조심은 해야 하지만, 꽃송이 따서 오물오물 씹으면서 걸으면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다. 꽃은 튀겨서도 먹고, 하하하. 얘기를 하다 보면 늘 이렇게 먹는 데로 흘러가니, 그래서 마냥 이 꼴이란 말이야.” 사냥모 쓴 남자는 아랫배를 툭툭 치면서 웃었다.

“아아, 가로등 얘기 하다 말았지. 옛날에는 가스등이었는데, 몇 년 전에 전구로 바뀌면서 유리의 각도나 빛의 정도로 가스등 분위기를 낼 수 없을까 하고 여러모로 궁리를 한 모양인데.”

“저 광장은 둥그런가 보죠?”

“향학심에 불타는 아가씨에게 내 설명해 주지. 어이, 대광장을 한 바퀴 돌아주게.”

마부는 두 개의 원이 겹쳐져 있는 듯한 도로를 천천히 돌았다. 소녀는 무성하게 자란 가로수 사이로 꼬불꼬불 개울처럼 나 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두 발로 걸어서 원형 광장 한가운데 서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한 번 더 돌 테니까 천천히 보거라. 저기, 대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열 개의 도로가 방사상으로 뻗어 있지? 그리고 아홉 개의 건물이 대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 보이지. 오른쪽으로 야마토호텔, 다롄시청, 동척빌딩, 중국은행, 요코하마 정금은행, 관동통신국, 조선은행, 다롄경찰서, 영국영사관, 둥그렇게 진을 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야마토호텔은 만주철도에서 직영하고 있는데 여기 말고도 펑톈, 신징, 하얼빈 등등, 만주 주요 도시에 열여섯 군데나 있다. 외관도 멋있지만, 내장도 굉장하다. 실내 장식품들은 전부 유럽에 가져온 것이라고 하니까.

만주 철도는 그냥 철도 회사가 아니야. 항만, 철광, 제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니. 철도 부속지의 행정, 교육, 군사권까지 장악하고 있고 만주 도처에다 학교도 세우고 있지. 만철의 사원이라 하면, 엘리트 중의 엘리트. 내지의 일류 기업보다 훨씬 대우가 좋으니까, 관립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다. 신입사원은 내지에서 채용한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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