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中 베이징 회담]美 "核 개발계획 영구포기를"

  • 입력 2003년 4월 2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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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북-미-중 3자회담 첫날 회의는 시작부터 긴장이 감돌았다는 전언이다. 미국은 첫날 회의 내용을 베이징에 파견된 한국 대표단에 브리핑해줬으나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논의 내용=오전 10시경 시작된 회담에서 북-미-중 3국 수석대표는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입장을 기조발표 형식으로 설명한 뒤 오전회의를 끝냈다. 공동오찬을 마친 3국 대표는 약 2시간에 걸친 오후 회의에서 각국의 입장에 대한 보충설명을 한 뒤 24일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협의하고 첫날의 ‘탐색전’을 마무리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기조발언에서 북핵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다자회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그는 또 회담 확대 및 북한과의 원활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개발 계획을 영구히 폐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이와 함께 미사일 개발 및 수출문제, 재래식 무기의 감축 및 후방배치를 비롯해 북한의 인권개선 등 다양한 관심사를 제기했다고 우리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북한 대표인 이근(李根) 외무성 부국장은 미국의 ‘조선압살정책’에 따라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조선압살정책’을 포기해야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 것이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 부국장은 특히 미국이 최근 회람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정권 축출에 대한 비밀 메모 문제를 거론했지만 이번 회담의 틀을 깰 만큼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며, 북측도 미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북측은 이와 함께 구체적인 대북지원 여부를 타진하지는 않았지만 체제 보장과 미국이 얼마나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중국 대표인 푸잉(傅瑩) 외교부 아주국장은 특별한 요구사항을 제시하지는 않은 채 한반도의 비핵화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중국은 회담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한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하면서 중재노력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전망=이번 회담을 ‘예비적 단계(preliminary step)’로 보는 미국과,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간의 양자회담이라는 입장을 제시한 북한의 입장 차이가 첫날 회의를 통해서는 별로 좁혀지지 않은 셈이다.

북한과 미국은 24, 25일 회의에서 상대방의 의중을 자세히 탐색한 뒤 이번 회담에서 도출할 수 있는 합의점을 놓고 절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볼 때 이번 회담에서는 뚜렷한 합의사항을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3자회담에서 후속회담의 장소와 날짜만 합의해도 진전을 이루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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