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교수의 아이키우기]과잉보호가 '캥거루족' 만든다

입력 2001-03-07 19:03수정 2009-09-21 03:4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어린이집 식당에서 만 3세들이 모인 반 아이들이 점심밥을 먹고 있는 자리에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밥 수발을 들고 있었다. 담임교사도 못 말리는 이 어머니 행동을 그냥 둘 수 없어 원장인 내가 나서보았다. 먼저 아이에게 “혼자서도 밥을 잘 먹지”라고 토닥거린 뒤 그 어머니에게는 “얼른 나가시죠”라며 강하게 눈짓을 주었다.

그 아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울음보를 터뜨렸고 결국 그날 점심을 굶었다. 그러나 투정은 그 때뿐이었고 다음날부터 다른 모습이었다. 어머니가 없어도 다른 아이들처럼 식사를 꼬박 꼬박 챙겨 먹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분신인 자녀에게 본능적으로 애착을 느끼고 양육과정에서 그 애착관계는 더욱 강화돼 과잉보호와 의존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잉보호의 울타리에서 자란 아이는 어느새 ‘캥거루족’으로 변하고 부모를 좌지우지하는 작은 폭군이 된다.

인구폭발문제 때문에 한 자녀 낳기를 강요하던 중국이 가정마다 넘쳐나는 ‘소황제(小皇帝)’가 인구문제보다도 훗날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한 자녀 낳기 정책을 포기했다고 한다. 중국이 부모의 과잉보호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서구의 젊은이들은 18세 이후에 부모에 얹혀 사는 것을 수치로 여길 만큼, 부모로부터의 분리와 독립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자녀에 대한 본능적 애착을 자제하고 자녀를 독립시키는 사회화 관습을 키운 서구사회에서는 자율적 인간 형성을 강조해 왔다.

서구와 달리 우리 부모들은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자녀에게 주고 싶어한다. 부모의 자발적 희생심과 편히 지내려는 자녀들의 욕구가 만들어낸 ‘캥거루 생활문화’는 실은 사회문제다. 20, 30대가 되어도 노동을 하지 않고 부모의 저축과 연금을 축내면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사회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자립훈련은 일찍,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등원 길의 아이가 스스로 신발을 벗고 정리하도록 기다려보자. 두 살 때부터 놀이감 신발 옷 그림책 등을 정리하게 하고, 밥과 대소변을 홀로 처리할 수 있도록 부모는 엄격하게 수백 번 반복해서 아이를 훈련시켜야 한다.

때로 아이가 정리하지 않겠다고 떼쓸 경우 녹음테이프를 틀 듯이 수십 번 똑같은 어조로 아이를 설득하고 책임을 일러준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전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강경한 어조와 반복되는 메시지를 통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부모의 애정과 희생만으로는 나약한 사람, 평생 돌보아야 할 인간만을 만들 뿐이다.

(이순형-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ysh@snu.ac.kr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