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메르스 사태에…동네의원-중소병원, 성수기에도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11시 26분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확진환자가 나오거나 경유 병원이 아닌데도 ‘병원 내 감염’을 우려해 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동탄지역 A소아과에는 인근 아파트단지에 30, 40대 부부가 많아 어린이 환자가 하루 평균 450명가량 찾았다. 그러나 이달 초 이 지역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환자 수는 하루 100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의사 김모 씨(38)는 “고정비용은 그대로여서 임대료나 직원 인건비가 걱정”이라며 “환자가 없으니 아예 미리 여름휴가를 보낸 의원도 꽤 있다”고 말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는 15일부터 500병상 이하의 회원 병원들로부터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으며 대책을 논의 중이다. 협회는 “건강검진은 100% 취소되었고, 외래환자는 40% 이상, 입원환자는 3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내과·이비인후과·치과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며 불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의 예약 취소는 80%에 달했다.

정부가 16일 예비비를 긴급 지출해 의료기관을 돕겠다고 발표했지만 병원을 폐쇄하거나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은 일반 병원의 매출 감소는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피부과, 성형외과도 예약 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B성형외과 관계자는 “보건당국의 미흡한 초기 대처로 중국인들이 아예 한국 입국을 취소하면서 성수기를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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