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아시아나 사고 성급한 브리핑 자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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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교통안전위 “조종사 조사에 집중… 충돌 3초전 시속, 권장속도의 75%”
美언론, 조종과실로 몰고가는 경향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를 조사 중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9일(한국 시간) 사고기의 시간대별 속도 등을 공개하며 “조종사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미국 언론이 NTSB 발표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너무 성급하게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조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표하지 말고, 브리핑 시점을 한국 정부와 조율해 달라”고 요청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홀리데이인호텔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조종사들이 어떻게 사고기를 조종했고, 어떻게 훈련받았고, 어떤 비행 경험을 지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NTSB가 공개한 블랙박스 기록에 따르면 사고기는 충돌 82초 전 고도 488m 상공에서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수동 조종으로 전환한 뒤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충돌 8초 전 고도 38m 지점에서 112노트(시속 207km)까지 내려가자 한 조종사가 “속도를 높이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충돌 3초 전엔 103노트(시속 191km)까지 떨어졌다. 이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때 권장하는 속도인 137노트(시속 254km)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항공기 사고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NTSB의 발표를 근거로 조종사의 과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허스먼 위원장은 사고 직후 CNN 등과 인터뷰를 하며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의 고장 난 글라이드 슬로프(착륙유도장치)는 사고의 원인이 아니다”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블랙박스 조사만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이번처럼 NTSB가 즉각적으로 언론에 상세히 알리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당혹스럽다”며 “NTSB 측에 이런 식의 브리핑과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에 한국과 시간대를 맞춰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사고조사단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해 3, 4개국이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NTSB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세종=박재명·홍수용 기자 mickey@donga.com
#한국 정부#미국 언론#미국 교통안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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