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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고로 멈추면 국내 조선업 등 연쇄타격”

입력 2019-06-04 03:00업데이트 2019-06-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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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용 후판 절반 국내서 공급
철강업계 “고로 설비 세계 최고수준”… 국가 기간산업 절박함 호소나서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과 관련해 국내 철강 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추고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집단적인 호소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4일 ‘20회 철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해외의 주요 고로 엔지니어링사와 (고로의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 문제의 기술적 대안을 찾는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라며 “곧 협회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물론이고 포스코도 정비를 위해 ‘고로 브리더’를 무단 개방했다는 이유로 이미 조업정지 사전 통지를 받았다. 만약 이런 처분이 현실화되면 국내에서 제철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철강협회 차원에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철강협회는 3개 제철소의 고로가 ‘불법 운영’이라고 낙인찍히자 당혹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며 “업계와 전문가, 해외 기업까지 함께 선도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업정지가 시행되면 지난해 철강 부문에서 합계 50조 원의 매출을 올렸던 포스코와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역시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광석을 녹여서 쇳물을 만드는 국내 고로 전체의 연간 생산 규모는 총 4370만 t. 여기에 고철 등으로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의 생산 규모를 포함한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7200만 t 규모로 세계 5위권이다. 이 중 고로의 쇳물로 만드는 철강 제품은 전기로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쳐서 산업재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고로 조업이 정지될 경우 타격이 예상되는 대표 전방 산업으로는 조선과 자동차가 꼽힌다. 한국 조선업계는 선박의 주된 재료인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의 절반가량을 국내 제철소에서 공급받고 있다.

고로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공급받는 후판의 절반이 정말로 사라진다면 조선업 역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올 상반기(1∼6월) 내내 국내 철강사들과 후판 가격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일본 등 수입 후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후판 공급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간 400만 대를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일부 일본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판을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부품별, 차종별로 세세한 기준에 맞춘 강판을 현대제철과 포스코에서 주로 공급받는다”며 “국내 제철소 고로에 불이 꺼지는 상황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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