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휩싸인 베를린… “메르켈 때문” 反난민 분노 쏟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베를린 명품거리 ‘트럭 테러’]동정민 특파원 현장 르포


“이런 큰 사건은 태어나서 처음 봐요. 범인이 잡히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소름 끼쳐요.”

 19일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서베를린 중심가의 트럭 테러를 귀갓길에 목격했다는 17세 고교생 마빈은 몸서리를 쳤다. 20일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장소에서 만난 마빈은 “범인을 빨리 잡아야 한다”며 불안해했다.

 독일 경찰은 튀니지 출신 난민을 새 용의자로 지목했다. 테러에 사용된 트럭의 운전석 아래에서 발견된 임시거주증에 따르면 용의자는 1992년 튀니지 남부 도시 타타우인에서 태어난 아니스 A(24)다. 지난여름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현지 언론 슈피겔은 용의자가 아흐메드 A를 포함해 최소 4개의 가명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 아니스 A
용의자 아니스 A
독일 현지 언론은 용의자가 독일 내 ‘이슬람국가(IS)’ 조직원 가운데 우두머리인 아부 왈라와 연관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얼굴 없는 설교자’로 알려진 아부 왈라는 젊은 무슬림 가운데 IS 전사를 모집해 시리아로 데려가려 한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앞서 IS 연계 아마크통신은 “IS의 전사가 연합국 시민을 표적으로 삼으라는 호소에 따라 이번 베를린 작전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임시거주증이 발급된 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용의자를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용의자로 체포됐던 23세 파키스탄 출신 난민 신청자는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풀려났다.

 트럭 소유자로 조수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폴란드인 남성은 머리에 총을 맞은 상태였지만 현장에서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도주 중인 범인이 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숨진 폴란드 남성의 몸에는 칼자국도 있어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난민 포용 정책을 펴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로 향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한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 하지만 메르켈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가 난민의 유럽 유입을 독단적으로 허용해 독일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까지 테러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테러 현장과 교회 추도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그는 “난민이 이번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다면 난민을 위해 헌신해 온 수많은 독일인에게 정말로 혐오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특파원
동정민 특파원
 베를린 테러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노골적으로 반(反)난민 정서를 드러냈다. 올 7월 뮌헨 테러 당시만 해도 독일인 다수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고 난민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었다. 실비아 씨(60)는 “계속된 난민 수용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고 연말에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막지 못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슈테판 씨(30)는 “이 모든 게 메르켈 때문”이라며 “난민을 무조건 수용해 화를 자초했다. 내년 총선 이후 더 이상 메르켈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메르켈#테러#베를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