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新 G2’ 첫 시험대는 북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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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관영언론-전문가 연일 ‘北核정책 재조정’ 목청

“중국과 조선(북한)의 관계가 파탄되면 조선이 철저히 미국에 투항할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걱정한다. 하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조선반도(한반도)가 모두 친미(親美)하더라도 중국의 굴기를 막지 못한다. 주변국이 ‘친미’가 되면 곧 중국을 적대시할 것이라는 도식은 점점 성립하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6일 사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충돌을 막는 지정학적인 완충지대여서 포기할 수 없다는 중국 대북 정책의 기본 틀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과거 북한의 1, 2차 핵실험을 포함해 북-중 관계를 놓고 이번처럼 ‘관계 파탄’ ‘친미해도 감수하겠다’ 등의 내용을 공개 언급한 전례는 거의 없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미국과 ‘새로운 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정립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혈맹이자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표현돼 온 북-중 관계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 총서기는 지난해 2월 미국 방문 시 ‘새로운 대국관계’라는 모델을 제시한 이후 본격적으로 개념을 정립해 왔다. 상대국의 핵심이익을 서로 존중하는 기초 아래 대결보다 평화적으로 협력을 확대해 공존공영하자는 게 뼈대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대해 불편해하고 맞서기만 할 것이 아니라 협조하자는 메시지도 중국 측에서 나왔다. 런민일보는 4일 ‘새로운 대국 관계는 공허한 개념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이 날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번영 발전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중-미 관계의 현재 합작 국면을 귀중하게 생각하자”며 “양국 간에는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신문은 “중국은 우두머리가 될 생각도 없고, 우두머리 자리를 쟁취하지도 않을 것이니 미국은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마라”고도 밝혔다. 이 칼럼은 국제 문제와 관련해 공식 견해를 밝힐 때 쓴다. 1년 전만해도 중국 내에서 비등하던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눈에 띄게 잦아들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이런 태도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차기 외교라인에 ‘비둘기파’가 부상하면서 주요 2개국(G2)의 밀월시대가 시작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은 현재 일본과 센카쿠 열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남중국해 섬들을 두고 격렬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 미국 측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한 사안들이다. 미국도 이란 시리아 등 중동 문제 해결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 북한의 위험한 도발은 중-미 간 새로운 관계 설정에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는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해온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전례 없이 거세다.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이 매우 꺼리는 일본 대만의 핵무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다.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원 조선반도연구중심 뤼차오(呂超) 주임은 5일 홍콩 펑황(鳳凰) 위성TV에서 “중국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에 핵실험은 매우 위험한 행위로 스스로가 불타버릴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뤼 주임은 중국 관변의 입장을 대변해 왔고 한반도 문제에서는 종종 북한 입장에 서 온 인물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전문가는 “한반도를 둘러싼 큰 틀이 바뀌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이 대북 정책을 재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시진핑#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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