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갔더니… 서랍도 텅 비었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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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방위 수사]檢 “롯데측 차떼기 증거인멸 정황”

“재계 5위 기업이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운 수준의 증거인멸이었다.”

검찰은 롯데그룹에 대한 1차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인 10일에도, 계열사 등 15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14일에도 한숨을 쉬었다. 압수수색이 있기 전 차량을 동원해 관련 서류들을 모조리 빼돌린 이른바 ‘차떼기 증거인멸’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과 은닉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4일 압수수색에서 롯데건설 측이 압수수색 전에 자료 삭제 프로그램인 ‘WPM’을 돌린 흔적을 찾아냈다. WPM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인 윈도에서 구동되는 하드디스크 자료들을 복구하지 못하도록 영구 삭제하는 프로그램으로 한번 구동해 적용한 파일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롯데 계열사 중 일부는 사장실은 물론이고 임원들의 서랍도 텅 비어 있었다. 해당 계열사 임원진과 대표 등은 검찰 조사에서 “원래 업무일지와 서랍을 사용하지 않는 업무 스타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쇄기에 종이가 가득한 것에 대해 수사팀이 묻자 “원래 평소에 파쇄를 자주 한다”고 진술한 임원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계열사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내 자료 일체를 지우고 외장 하드에 빼서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돼 회수되기도 했다. 원본은 파기하고 서류 복사본들을 자체 창고에 대거 보관하거나 택배처럼 라벨을 붙여 별도의 장소로 이동시키려 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 물류창고에 그룹 계열사 서류들이 나돌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증거인멸에 관여한 임직원들을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지만 오너가의 횡령·배임 범죄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롯데#압수수색#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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