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소득세 35%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초강력 긴축 내년 예산안 발표… 공공근로자 1만2000명 감원

재정 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포르투갈이 15일 소득세를 평균 35%나 올리는 전례 없는 가혹한 긴축안을 발표했다.

비토르 가스파르 재무장관은 이날 밤 의회에서 과세 구간을 8단계에서 5단계로 줄이고 평균소득세율을 9.8%에서 13.2%로 높이는 내용의 2013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인상되는 소득세는 월급의 2, 3개월분에 해당하는 큰 액수라고 르몽드 등 유럽 언론이 전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중상층의 세 부담이 크게 는다. 1년에 4만1000유로(약 5900만 원)를 버는 근로자는 내년부터 소득세가 현 35.5%에서 45%로 오른다. 부자 증세도 마찬가지다. 최고 소득세율은 46.5%에서 48%로 높아지고 이를 적용받는 연소득 기준이 15만3500유로(2억2066만 원)에서 8만 유로(1억1500만 원)로 낮아진다.

연금수령액은 3.5∼10% 줄어든다. 최고 연금액은 1350유로(약 194만 원)로 준다. 반면 양도소득세는 25%에서 28%로 오른다. 정부는 전체 공공직 60만 명 중 2%를 감축하는 등 27억 유로(3조9000억 원)의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가스파르 장관은 내년까지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의 4.5%로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재정적자는 약 7%로 전망됐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 등에서 78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뒤 모범적인 긴축 정책을 수행하는 대표적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재정 적자 목표 시한을 2013년에서 2014년으로 연장해줬다.

하지만 경제는 1970년대 이래 최악이다. ―3%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1%)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5.9%인 실업률은 내년에 16.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야당은 예산안에 대해 “그리스 같은 침체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며 “재정 핵폭탄”(사회당), “국가적 재앙”(공산당)이라고 비판했다. 아니발 카바쿠 실바 대통령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 수천 명은 15, 16일 연속 의회 밖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긴축 반대 시위를 했다. 포르투갈노동총동맹(CGTP)은 예산안 투표일인 10월 31일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 총파업은 11월 14일로 예정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포르투갈#긴축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