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美 기업들은 벌써 손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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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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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유동성 부족 대비 현금車 투입… 카드社들은 새 통화 결제시스템 준비

유럽이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안 미국 대기업들은 이미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6일부터 유로존 위기의 분수령이 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유럽 정상들의 ‘셔틀외교’가 잇따라 열린다. 그 결과는 기업들의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때 발생할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현금 차량을 그리스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 대기업들이 그리스 옛 화폐인 드라크마화나 유로화를 대신할 다른 통화를 예금할 수 있는 새로운 계좌를 이미 만들었다. 마스터카드, 비자 등 미국계 글로벌 카드사는 가맹점과 고객들이 차질 없이 새로운 통화를 결제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결제시스템을 변경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자동차회사 포드도 새로운 그리스 통화를 즉시 취급할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을 변경했다.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화학업체 FMC는 그리스와 거래하는 기업들에 선불결제를 요구한 것은 물론이고 위기의 핵심지역인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은행에 예치한 자산을 축소하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 주니퍼 네트웍스도 유로존 은행에 예치한 자산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 피해 줄이기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회계기업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문을 닫는 금요일 밤에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PwC의 피터 프랭크 기업재무 담당은 “최근 90일간 요청이 들어와서 수십 개 기업과 그렉시트 대비작업을 시작했다. 어떤 기업은 5만 유로(약 7100만 원)를 직접 그리스로 배달해 직원 급여를 주는 비상계획도 세웠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의 이런 움직임은 유럽 정치인들이 유로존 위기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유로화 단일통화가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6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NYT가 전망했다.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 행동이 나온다는 것. 하지만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로존 구제금융상설기구인 유럽안정화기구(ESM) 참여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12일까지 ECB가 결정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그렉시트#마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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