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90도 사죄로 일단 매듭… ‘당권’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與 ‘복당 갈등’ 봉합국면]김희옥 비대위장, 20일 당무 복귀
친박 뜻대로 “권성동 사무총장 교체” 권성동 “비대위 의결 거쳐라” 사퇴 거부
친박 ‘최경환 당권’ 감안 확전자제 20일 모임도 보류… 靑 “맞는 방향”
유승민 출마땐 계파 일전 불가피

정진석 사과 수용한 김희옥… 與 복당 갈등 수습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논란과 관련해 칩거 중인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은 채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여 20일 혁신비대위 회의에 복귀하되 사무총장을 
새로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진석 사과 수용한 김희옥… 與 복당 갈등 수습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논란과 관련해 칩거 중인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은 채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여 20일 혁신비대위 회의에 복귀하되 사무총장을 새로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당무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유승민 의원 등의 일괄 복당 결정으로 촉발된 내홍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유승민 복당’ 사태가 당내 헤게모니(주도권)를 둘러싼 싸움이었던 만큼 향후 당권 등을 놓고 계파 간 일전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지도부 붕괴’ 최악은 피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 위원장 자택 부근의 한 카페를 찾았다. 김 위원장이 들어오자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복당 처리 과정에서 너무나 거칠고 불필요하며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일괄 복당 결정 당시 표결을 미루자는 김 위원장에게 “중대 범죄행위”라고 압박해 김 위원장이 거취를 고민하는 상황을 초래했었다. 김 위원장은 적어온 메모를 보며 “이번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했다. 손에는 헌법재판소가 제작한 헌법 책자가 들려 있었다. 복당 결정이 “표결이라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과”라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20여 분간의 회동에서 “당에 신뢰도, 기강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한 자괴감과 회의감이 든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리를 나서며 “(정 원내대표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오후 7시경 지상욱 대변인을 통해 “새누리당의 통합과 혁신을 완수하기 위해 고심 끝에 대승적으로 소임을 다하기로 결심했다”며 당무 복귀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박(친박근혜)계가 복당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을 요구한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사퇴를 권고했다. 하지만 비박계인 권 총장은 “사퇴할 이유가 없다. 경질하려면 비대위의 의결을 거치라”며 거부했다. 권 총장이 끝까지 반발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권 총장을 경질하겠다는 것은 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것이고 계파 패권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 靑, 당 장악력 약화

헌법책자 들고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 왼쪽)이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헌법재판소의 헌법 책자(왼쪽 사진)를 살펴보는 가운데 맞은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김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이번 (탈당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헌법책자 들고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 왼쪽)이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헌법재판소의 헌법 책자(왼쪽 사진)를 살펴보는 가운데 맞은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김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이번 (탈당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친박계는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당초 20일에 30∼40명이 모여 세(勢) 과시를 하려 했지만 모임도 보류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복귀와 권 총장의 경질 결정으로 수습이 되고 있다”며 “당 상황을 지켜본 뒤 모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숨고르기에는 8월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1보 후퇴’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복당 사태가 자칫 ‘제2의 유승민 사태’로 번질 경우 역풍이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다들 빨리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언급을 할지가 변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발언을 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당청관계 힘의 균형이 당 쪽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유 의원 등의 복당 결정을 청와대에 ‘사후 통보’한 것부터 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 진짜 승부는 전당대회서 판가름

유 의원의 복당으로 ‘최경환 대세론’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전당대회에도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박 진영에서는 유 의원을 앞세운 후보군 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경환 대 유승민’의 맞대결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하지만 유 의원이 당권에 나서 전면전을 펼치기보다 당심과 여론을 좀 더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 참패 후 자숙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유 의원 복당 국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재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비박 진영이 전열을 가다듬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친박-비박계의 진짜 승부는 전당대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장택동 기자
#정진석#김희옥#여당#새누리#복당#유승민#갈등#사죄#당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