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곧바로 이건희 회장 병실로… 1년만에 병문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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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353일만에 집유 석방]
구치소 나서며 “죄송” 고개숙여…“부친 뵈러 간다” 말할땐 눈물 글썽

5일 오후 2시 2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 서울고법 형사13부 정형식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가 법정에 들어섰다. 정 부장판사가 자리에 앉은 후 “피고인 출석 여부를 확인하겠다. 이재용 피고인?”이라고 하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일어서서 90도 각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긴장한 기색이었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의 쟁점과 판단을 1시간 10분간 설명해 나갔다. 이 부회장은 입이 마른 탓인지 자주 물을 마시고 입가에 립글로스를 발랐다.

이윽고 오후 3시 13분 정 부장판사가 “피고인 이재용의 형을 4년간 유예한다”고 판결을 선고하자 이 부회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지 353일 만에 석방이 결정된 것이다. ‘자유’를 되찾은 이 부회장의 눈가가 흔들렸다.


선고가 모두 마무리된 후 이 부회장은 함께 풀려나게 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67) 및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64)과 법정에서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방청석에서 대기하던 삼성 관계자들과도 대화했다.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은 법원에서 곧바로 집으로 떠났다.

법정에 들어갈 때 포승줄에 묶인 상태였던 이 부회장은 선고 후 법원청사 지하주차장으로 나갈 때는 양팔이 자유로웠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가는 호송버스에 탑승하면서 법정 경위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법원에서 곧장 귀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차량을 법원 주차장에 대기시켰지만 이 부회장은 구치소행 호송버스를 탔다. 법원 규정에 따르면 석방되는 피고인이 희망하면 구치소로 가지 않고 법원에서 바로 귀가할 수 있다.

오후 4시 39분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 정문으로 걸어 나왔다. 옅은 미소를 띤 얼굴이었지만 말문을 열자마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됐다. 취재진에게 “여러분께 좋은 모습 못 보여드린 점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한다. 1년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경영 신뢰 회복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지금 회장님 보러 가야 한다”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장기간 입원 중인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6)을 거론했다. 이 부회장은 이 대목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기자들이 “회장님 보러 가시는 거냐”고 재차 묻자 “네”라고 답한 뒤 검은색 체어맨 차량에 올랐다.

이날 오후 5시 15분경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병실에서 약 40분간 머무르며 1년 만의 병문안을 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4년 가까이 입원 중이다. 이어 이 부회장은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향했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딸이 오후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내내 아버지의 석방만을 기다렸다”며 “오래 기다린 자녀들을 비롯해 어머니 홍라희 여사, 여동생 이부진·이서현 사장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동선은 전적으로 그의 선택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석방에 대비한 동선이나 메시지 등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혼선이 빚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섣부르게 대응해 오해를 사지 말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윤수·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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