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영혼 빼앗겨” “말 잘못 탔다가 XX돼”…치밀한 엄마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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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5월 31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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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0일(현지 시간) 덴마크 올보르에서 코펜하겐으로 이동한 정유라 씨(가운데)가 이날 오후 현지 경찰로 보이는 남성들과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정 씨는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926 편으로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코펜하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사진=30일(현지 시간) 덴마크 올보르에서 코펜하겐으로 이동한 정유라 씨(가운데)가 이날 오후 현지 경찰로 보이는 남성들과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정 씨는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926 편으로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코펜하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에서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강제 송환돼 31일 오후 입국한다.

최 씨는 그동안 재판에서 딸에겐 아무런 죄가 없다며 선처를 호소해왔다. 특히 딸의 입국 소식에는 법정에서 흥분하며 격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 씨는 지난 4월 12일 열린 이화여대 학사 비리 혐의 재판에서 이대 관계자들에게 사과하며 “명문대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다만 최 씨는 학사 비리에 딸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감싸면서 특검을 향해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최 씨는 “유연(정유라 개명 전 이름)이를, 어린 학생을 공범으로 넣은 건 특검이 너무 과하게 인격 살인하는 것”이라며 “이건 애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성토했다.

2014년 정 씨의 승마 특혜 의혹을 처음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에 대해선 “내가 죽어도 눈 못 감을 정도로 집중적으로 애를 공격했다”고 분개했다.

최 씨는 이후 열린 재판들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고수했다. 특히 5월 24일 열린 공판에서는 안 의원을 향해 강한 분노감을 표출했다. 최 씨는 “(안 의원이 내 딸을) 아주 졸졸 거의 따라다녔다. 거의 목숨을 걸은 것 같았다. 국회의원 일은 안하고…”라며 “안 의원이 한 학생의 모든 걸 다 빼앗았다. 고등학교 빼앗고 대학교 빼앗고, 영혼을 다 빼앗아 한국에서 살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유라가)영혼을 뺏겨서 자살을 기도했다”고도 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원망을 드러냈다. 최 씨는 “검찰은 어린애 영혼을 뺏고도 감옥에 넣어야지 시원하겠느냐”며 “이 정도로 영혼을 죽였으면 됐지 공모관계까지 확인해서 처벌해 감옥에 넣어야지 시원하다면 그렇게 하라. 얘는 영혼은 죽어있고 몸만 살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딸이)애를 지우지도 못하고 낳았는데 덴마크에서 애를 뺏길까봐 들어오지 못하는 너무 잔인한 상황이다. 걔의 인생은 죽었다. 어린 자식이 잘못될까봐 자기 삶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재판장님께서 감안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흐느꼈다.

정 씨의 강제송환 소식을 듣고는 법정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걱정을 쏟아냈다. 최 씨는 29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삼성 뇌물수수 사건 재판 도중 딸의 입국 소식을 듣자 “유연이(정유라)는 삼성 말 한 번 잘못 빌려 탔다가 완전히 병신이 됐고 승마협회에서도 쫓겨났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저는 삼성에 관심도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며 “(합병 찬성을 도와준 대가로) 삼성에서 유연이 지원을 다 해줬다는데, 박 전 대통령 지갑에 천원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어떤 이익도 안 봤는데 연관시키는 건 특검의 특수성 같다”고 비꼬듯 비판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딸한테도 책상을 쳐가면서 협박할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최 씨는 30일 재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며 “딸이 걸린 문제라서 걔가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삼성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아시안게임에 나가서 (공주승마 의혹으로) 안민석한테 당하고 이번에 완전히 영혼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들어오는 애한테 정말 특검이 진실을 좀 밝혀주고 애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 의원은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최 씨의 이 같은 언행과 행동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된 엄마 코스프레’라고 의심했다.

안 의원은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를 해 주기를 바라는 의도된 발언들이라고 본다”며 “(구치소 청문회 당시)최 씨가 정유라 이야기 나올 때마다 흐느끼고, 이번에도 역시 정유라 이야기하면서 흥분하고 그런 것들이 치밀하게 계산된 코스프레라고 할까”라고 의심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최순실이라는 인물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게 하는, 그래서 결국엔 사건의 본질인 재산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놓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사실 최순실 입장에서는 상당히 속으로 비웃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유라가 입국하고 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면 정유라 씨의 태도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본다”며 “그로 인해 최순실이나 박근혜의 범죄 혐의들, 진술 태도나 심경도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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