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루이13세 가리키며 “딸 예단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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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원장 부인
안종범 노골적 뇌물요구 정황 공개… “축의금으로 현금 1000만원 건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부부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57) 부부에게 자녀 결혼식 축의금과 고급 양주 등 뇌물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안 전 수석 뇌물 사건 공판에서 김 씨의 부인 박채윤 씨(48·구속 기소)는 “안 전 수석 부부가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하고 은근히 금전적 지원을 원했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안 전 수석에게 자녀 결혼 축의금과 휴가비 명목의 현금, 고급양주, 명품 가방 등을 건넨 경위를 상세히 밝혔다. 박 씨는 “2014년 8월 안 전 수석이 ‘중동 진출을 돕겠다’며 함께 아랍에미리트로 가자고 했다”며 “안 전 수석이 아부다비 공항에서 고급 양주 사진을 가리키며 ‘딸 시집갈 때 예단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귀국 직후 안 전 수석 부부와 저녁식사 자리를 갖고 안 전 수석이 언급한 시가 100만 원 상당의 양주 ‘루이13세’를 선물했다.

박 씨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의 부인 채모 씨(58)는 식사 자리에서 “남편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이마에 주름이 깊은데 폈으면 좋겠다”며 미용 성형에 관심을 표했다. 이에 김 원장은 안 전 수석에게 미용 시술을 무료로 해줬다.

박 씨는 지난해 5월 안 전 수석 딸의 결혼식 때 축의금으로 현금 1000만 원을 낸 사실도 인정했다. 박 씨는 “안 전 수석이 딸의 결혼을 앞두고 ‘요새는 예단을 어떻게 해야 하나’, ‘3000만 원 정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놓고 말하진 않았으나 항상 선물을 받으면 좋아했기에 그런 뜻(돈을 달라는 뜻)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안 전 수석에게 수시로 전화를 건 사실도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안 전 수석 부인 채 씨가 대통령이 남편에게 전화하는 것을 ‘모닝콜’ ‘나이트벨’이라고 부르며 남편이 너무 고단할 거 같다고 걱정했느냐”고 묻자, 박 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안종범#최순실#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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