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우병우-최순실-송민순 지뢰밭’서 40일 예산결투

朴대통령 24일 예산 시정연설… 여야 본격 심의대결 돌입
민주당 “최순실 및 두 재단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으름장
與이정현 “우병우 교체 건의했다… 송민순 회고록, 365일 문제 제기”

檢 ‘최순실 의혹’ 수사 속도… 미르 前이사장 등 소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형수 연세대 교수가 23일 휠체어에 탄 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씨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이날 김 교수와 K스포츠재단 전직 이사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재단 설립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여야는 40일간 본격적인 ‘예산 전쟁’에 돌입한다. 내년 대선을 앞둔 길목에서 여야의 ‘무한대결’로 경제와 안보의 ‘쌍끌이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관련 논란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및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파문으로 뒤덮였다. 이른바 ‘우·순·순 정국’에 예산 전쟁이 맞물리면서 정국은 ‘시계 제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 씨 및 두 재단과 관련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이 꼽은 대표적인 ‘비선 실세’ 의혹 관련 예산은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1278억 원)과 미르재단이 주도한 케이밀(K-Meal) 사업(154억 원) 등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마지막 해 예산 처리 과정에서 ‘거야(巨野)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나선 셈이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예산안에 문제가 있으면 여야가 같이 논의를 해야지, (예산으로) 보복하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예산 삭감’에 정면 대응하는 한편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계속 불을 지필 태세다.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씨 및 두 재단 문제는) 하나의 사건 사고지만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당시 한국 정부가 북측과 사전 논의했다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은) 근본 문제”라며 “정확히 밝혀질 때까지 365일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이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끝까지 계속해도 좋다. 사악한 종북 공세에 맞서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고 반격했다.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예고한 상황에서 여권의 원심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중반까지 추락하면서 국정 동력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씨와 두 재단 관련 수사에서 어떤 ‘돌발 악재’가 터져 나올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여권 내분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은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거듭된 출석 요청에도 청와대 국감에 끝내 나오지 않은 우 수석을 검찰에 고발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새누리당도 우 수석 고발에 합의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이 대표는 22일 충북 청주의 핵심 당직자·당원 교육 자리에서 “우 수석 관련 각종 의혹이 국민 정서와 맞지 않아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누가 의혹을 제기한다고 갈아 치우면 어떻게 공직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겠느냐.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단호히 처벌하겠다’고 답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과의 대화를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당 지도부가 각종 현안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당내 불만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