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안했다” 조기문-현기환 거짓말… 檢 “조씨, 진실 풀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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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공천뒷돈 의혹 수사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비례대표)의 공천 뒷돈 의혹 사건을 풀 열쇠는 문제의 3억 원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달려 있다. “공천 뒷돈 3억 원을 전달했다”는 사건 제보자 정동근 씨의 구체적인 진술과 “3억 원이 아니라 활동비 500만 원을 받았을 뿐”이라는 조 씨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 조 씨 집에서 발견된 루이뷔통 가방

검찰이 조기문 씨 부산 자택에서 압수한 루이뷔통 가방과 같은 모델.
검찰이 조기문 씨 부산 자택에서 압수한 루이뷔통 가방과 같은 모델.
검찰은 최근 조 씨의 부산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50만∼270만 원대인 고동색 루이뷔통 가방을 압수했다. 이 가방은 15인치 대형 노트북컴퓨터를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사이즈다. 만약 제보자 정 씨가 주장한 대로 5만 원권 60다발이 담긴 3억 원을 이 가방에 넣을 경우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3월 15일 서울역에서 조 씨를 만났을 때 은색 쇼핑백에 있던 3억 원을 조 씨가 루이뷔통 가방에 옮겨 담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루이뷔통 가방에 옮겨 담기 전 정 씨가 촬영해 검찰에 제출한 쇼핑백 사진은 갈색 벽을 배경으로 공중화장실 변기 위에 얹혀져 있고, 쇼핑백 손잡이를 묶어 놓고 스테이플러로 서너 군데 찍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쇼핑백 안에 있는 돈은 절반에서 약간 더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백화점 쇼핑백에는 5만 원권은 5억 원, 1만 원권은 1억 원가량을 담을 수 있다.

○ “현경대, 이정현 전 의원에게 후원금 500만 원씩”

검찰은 현 의원이 정 씨를 통해 4월 총선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냈다는 정 씨의 제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두 사람은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분류돼 있다.

검찰은 정 씨가 4월 총선을 앞둔 3월경 현경대 전 의원에게 자신 명의로 300만 원, 부인 친구 명의로 200만 원 등 후원금 5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이 최고위원에게도 정 씨 부인 명의로 300만 원, 부인 친구 명의로 200만 원 등 500만 원을 낸 것을 확인했다.

후원금을 받은 두 사람은 “현 의원이 후원금을 보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 없다.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건네진 돈은 정치자금법상 1인당 후원금 한도액(500만 원) 이하인 만큼 후원금을 낸 사람에게 돌려주면 두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다. 반면에 차명 후원금이라면 현 의원은 처벌받게 된다.

○ 현기환 전 의원과 현 의원 관련 장소 4곳 압수수색

검찰은 조 씨와 현 전 의원의 통화기록을 분석해 3월 15일 오후 7시경 두 사람이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제보자 정 씨가 “7시경 조 씨가 현 전 의원에게 전화를 했고 현 전 의원이 ‘회의 중이어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한 뒤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앞서 현 전 의원은 “검찰에 제출한 내 휴대전화의 3월 15일 통화기록에 따르면 내가 조 씨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현 전 의원이 조 씨와 통화한 전화는 대포폰이 아닌 본인 명의 전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통화기록에는 본인의 수신기록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현 전 의원은 자신이 뽑아본 기록에 조 씨 전화 수신기록이 없는 것을 보고 “나는 전화받은 적이 없다”며 이를 공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강력히 혐의를 부인해온 그의 말 중에 거짓이 섞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공천헌금#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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