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28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 투자 쏠림으로 금융 취약성이 우려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AI 기업 오라클 주가가 주간 기준(22~26일)으로 2001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하는 등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도 최근 약세였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반도체주 시가총액이 절반을 차지하는 코스피도 29일 장중 2%대 하락하며 8,100대까지 밀렸다. ● BIS “증시 조정, 과거보다 더 큰 결과 초래 가능”
BIS는 28일 연례 보고서에서 AI가 촉발하는 위험을 부각하며 이런 위험이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S는 “(AI 관련) 수익률에 대한 실망은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를 촉발하고 자본 지출(CAPEX) 붐을 장기적인 투자 불황으로 전환해 금융 여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늘날 주요 주식 시장의 조정은 과거보다 더 큰 거시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취약점들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대표적 사례로 ‘순환 금융’ 거래를 꼽았다. 이는 엔비디아 등이 AI 기업에 투자한 뒤, 이들 기업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면서 엔비디아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를 말한다.
AI 관련 종목의 변동성은 세계 가장 많은 자금이 모이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오라클은 148.53달러(약 23만 원)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는 전주 마지막 거래일인 18일 종가(184.29달러) 대비 19.4% 하락했다. 이른바 ‘닷컴 버블’ 시기인 2001년 8월 이후 24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엔비디아도 22~26일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주가가 200달러(약 31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엔비디아가 15일 250억 달러(약 38조6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순환 금융’ 우려가 제기된 영향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도 24일 보고서에서 AI 기업의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우려하며 “(앞으로 주가의)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 외국인 매도세… 환율 다시 1540원 넘어서
이런 심리는 코스피에도 영향을 미쳤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56포인트(0.20%) 내린 8,394.65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장중 8,127.9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8,2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12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삼성전자는 4.86%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1.68% 내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최근 들어 들쭉날쭉한 등락률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23일 12.31% 하락했다가 24~25일 2거래일 연속 5% 이상 뛰었다. SK하이닉스 역시 12.47% 급락(23일) 이틀 뒤에 13.06%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AI 거품론 영향으로 외국인이 29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4조2906억 원을 순매도하며 원-달러 환율도 뛰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2원 오른 1545.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주간 거래(오후 3시 반 종료) 종가 기준으로 1540원을 넘긴 것은 불과 2거래일 만이다. 이유정 하나은행 외환 파생상품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이탈하며 환율이 1550원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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