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분납금 미납 누적과 중국의 지연 납부로 유엔이 파산 수준 재정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월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연설하는 모습. 유엔본부= 신화/뉴시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상징해 온 국제연합(UN, 이하 유엔)이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분담금 미납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유엔이 대대적 긴축에 들어가며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 평화유지 활동과 인도주의 임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이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유엔은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 8월 중순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유엔 분담금 체납액은 일반 예산과 평화유지 예산을 합쳐 42억800만 달러(약 6조 4500억 원)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이 국제 분쟁 해결 등 본연의 책무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미국 정책에도 협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올 1월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인구기금(UNFPA) 등 유엔 관련 기관 31개를 비롯한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고,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중국은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분담금 지급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달 약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800억 원)를 납부했지만, 여전히 4억 5500만 달러(약 6850억 원)를 체납 중이다.
유엔은 기본 운영 자금의 42%를 미국과 중국의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 WSJ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유엔은 재정난으로 무너져가고 있다”며 유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아예 분담금을 내지 않고, 중국은 수년간 납부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재정난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은 대대적 긴축에 나섰다. 사무국 직원 3000명을 감축했고 일부 사무소를 폐쇄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분쟁 지역의 병력 일부를 축소하는 한편 평화유지군 활동 비용도 삭감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분쟁지역 평화유지 임무와 세계식량계획(WFP)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인도주의 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WSJ는 “유엔이 파산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불분명하지만, 전 세계 유엔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중단되면 식량·안보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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