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 화면. 사이버 보안 기능을 강화한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의 규제와 활용이 엇갈리고 있다. ⓒGetty Images
미국 정부가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던 인공지능(AI) 기업의 기술 확보에 다시 나섰다. 사이버 보안 위협으로 지목됐던 기술이 중국과의 AI 경쟁 속에서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서 앤트로픽의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AI가 중국보다 약 3~6개월 앞서 있다고 보면서, 미토스를 그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로 지목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 모델은 능력과 학습 역량에서 도약적 변화(step function change)를 보여줬다”며 “성능이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만큼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토스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는 모델로, 현재 일부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해킹 공격에 악용되기 전에 방어 측이 먼저 취약점을 점검·보완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규제 대상에서 전략 자산으로…엇갈린 정부 판단
주목되는 건 미 정부의 입장 변화다. 미 국방부는 올해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며 정부 사용을 제한하려 했지만, 재무부는 오히려 해당 기술 확보에 나섰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부처 간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법원 역시 이 조치를 둘러싸고 상반된 판단을 내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재무부 내부에서는 접근 시도가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는 샘 코코스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이끄는 기술팀이 미토스 접속 권한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내 접근을 목표로 앤트로픽과 접촉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코스 CIO는 이미 재무부 사이버보안팀에 해당 기술을 브리핑하고 향후 위협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금융권까지 확산된 ‘위험과 활용’ 딜레마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월가 주요 금융기관을 긴급 소집해 미토스가 불러올 수 있는 사이버 리스크를 논의했다.
동시에 주요 금융기관들은 자체 테스트에 나선 상태다.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해당 모델을 활용해 시스템 취약점 점검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에서도 미토스는 주요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의 취약점을 식별한 뒤 이를 실제 공격 방식으로 연결하는 수준의 성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취약점 탐지 능력이 높은 AI는 방어 역량을 높이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공격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기술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 “중국과 3~6개월 격차”…패권 경쟁 압박
이 같은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AI 패권 경쟁이 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AI 기술 우위를 강조하면서, 컴퓨팅 인프라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 컴퓨팅 파워의 50% 수준에 도달했으며, 향후 70~8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 정부의 움직임은 보안 리스크를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기술 확보를 서두르는 이중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AI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면서, 규제와 활용의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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