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대사 지명된 미셸 박 스틸 “나는 보수주의자”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4일 20시 09분


부모가 6·25때 부산 피란한 실향민
20세때 美로…LA서 연방 하원의원
한반도 현안 이해 깊은 대중국 강경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 2기 첫 주한 미국대사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출처 미셸 스틸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 2기 첫 주한 미국대사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출처 미셸 스틸 X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뿌리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지명된 미셸 박 스틸 전 공화당 하원의원(71)은 앞서 2023년 4월 동아일보 기고문에서 “한미 양국에 이익이 되는 한미 관계를 증진하는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틸 지명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표현하면서도 한미 현안을 “합리적”으로 풀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장 선호했던 주한 대사 자리로 가게 돼 다행이자 영광”이라며 한미가 함께 번영하고 강력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단 의지도 내비쳤다.

한국어에 능통한 스틸 지명자는 한미 관계는 물론 북한 등 한반도 의제에 이해가 깊다. 집권 공화당 내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와의 관계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안보·통상 등 주요 현안에서 한미 간 핵심 가교 역할 겸 정책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동시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철학과 정책에 꾸준히 발을 맞춰 온 짙은 색채의 보수 성향 인사다. 한국의 안보 부담 확대, 미국의 대중국 견제 동참 요구 등 주요 현안에서 한국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 역할을 적극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외교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종전선언에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동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제재를 주장한 바 있어 이재명 정부의 긴장완화 조치 등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 2기 첫 주한 미국대사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 가족 사진. 사진출처 미셸 스틸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 2기 첫 주한 미국대사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 가족 사진. 사진출처 미셸 스틸 페이스북
● 1992년 폭동 계기로 정계 입문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지명자는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부모는 6·25전쟁 당시 북한을 탈출해 부산으로 피란한 실향민이다. 스틸 지명자는 동아일보 기고문에서 “부모님은 6·25전쟁 당시 공산주의 체제를 피해 모든 것을 고향에 남겨두고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탈출해야 했다”고 전했다.

스틸 지명자는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를 도왔다. 그 와중에 페퍼다인대 졸업장을 받고,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학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후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온 건 1992년. 당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가 미 정계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고, 1993년 LA 시장 후보였던 리처드 라오단 선거캠프 참여를 계기로 정치에 발을 들인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지낸 남편 숀 스틸 변호사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스틸 지명자는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행정책임자)를 거쳤고, 202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선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진 캘리포니아주에서 승리했다. 또 2022년 재선까지 성공하며 입지를 다지는 듯 보였지만, 2024년 선거 때 베트남계 2세 데릭 트란 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그는 수도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를 오가는 비행기를 매주 수차례 탔다. 의정 활동 중에는 2021년 한국계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는 등 한미동맹 강화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미셸 박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미국대사로 지명됐다. 사진은 2024년 하원 선거 당시 박 의원의 모습. (AP뉴시스)
미셸 박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미국대사로 지명됐다. 사진은 2024년 하원 선거 당시 박 의원의 모습. (AP뉴시스)
● 트럼프, “공산주의 탈출한 ‘미 우선주의’ 애국자”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 중 하나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전문성과 무게감을 동시에 갖춘 인사를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동맹 현대화 등 안보 현안은 물론, 중국 견제 및 북-미 관계 등 민감한 이슈를 동시에 다뤄야 하기에 대사 인선까지 시간이 더 걸릴 거란 전망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스틸 지명자를 대사 후보로 낙점한 건, 한미 현안과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스틸 지명자는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엔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계 공동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백악관의 아태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1월 중간선거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틸 지명자에 대해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스틸 지명자를 “공산주의를 피해 용감하게 탈출한 ‘미 우선주의’ 애국자”라며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하원의원”이라고 추켜세우며 “나의 완전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스틸 지명자는 대중국 강경파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한미정상 간 안보 합의사항인 핵추진 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소식통은 “핵잠 추진과 우라늄 농축 재처리처럼 까다로운 문제도 한반도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한미 양국을 지키기 위한 사안임을 강조하면 본국에 잘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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