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2026.4.10./뉴스1
헝가리에서 16년간 장기 집권한 친러, 친트럼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12일 총선에서 패배했다. 대신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과의 협력 강화를 앞세운 신생정당 티서가 전체 199석 중 138석을 휩쓸었다. 이에 따라 EU의 러시아 제재 강화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선에서 개표율 98.9% 기준으로 야당 티서가 138석을 차지해 독자적으로 입법할 수 있는 재적 3분의 2선(133석)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새로 선출된 의회가 소집되면 티서 당대표인 머저르 페테르(45)가 신임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오르반 총리가 속한 피데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55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79.5%로 역대 최고였다. 오르반 총리의 장기집권 기간 발생한 부패 스캔들과 경제난의 여파로 헝가리 국민들이 신생 야당에 몰표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EU 연례 부패 순위에서 헝가리는 4년 연속 최하위로 평가됐다. 헝가리의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0.4%에 그쳐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인근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고물가도 총선에 큰 영향을 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임금은 EU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낮은 반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식료품 값은 EU 평균 수준에 근접하며 인플레를 겪었다.
페테르 머저르 헝가리 티서당 대표가 12일(현지 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총선 부분 개표 결과 발표 후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총선 패배를 인정하며 16년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 2026.04.13. [부다페스트=AP/뉴시스]머저르 티서 당대표는 승리 확정 직후 “헝가리를 EU 및 나토의 동맹국으로 만들고 수년간 갈등으로 손상된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르반 총리는 친러 기조에 따라 EU의 대러 제재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사건건 반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머저르 대표는 헝가리의 친서방 노선을 재구축하고, 2035년까지 대러 에너지 의존을 끝내겠다고 공약했다. 또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동결된 EU 자금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EU는 헝가리의 사법 독립과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헝가리에 배정된 지원금을 수년간 동결했다.
머저르 대표는 20년 넘게 피데스에서 활동한 보수 성향 정치인 출신이다. 오르반 총리 측근인 버르저 유디트 전 법무장관과 2023년 이혼한 뒤 반오르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2024년 아동보호시설 내 성학대 은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이 사면된 사실이 밝혀지자, 오르반 총리와 공식적으로 결별하고 티서를 창당했다. 같은 해 티서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29.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티서의 총선 승리에 서방 진영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국민이 EU의 가치와 유럽에서 헝가리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헝가리뿐 아니라 유럽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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