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더비’ 결승전 3-2로 승리
“흑백TV 보며 응원, 국민에 보답”
MVP 가르시아 “신이 트로피 선물”
트럼프 “51번째 州 편입 어떠냐”
베네수엘라 마무리 투수 다니엘 팔렌시아가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글러브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승리 후 라커룸에서 샴페인 파티를 벌이고 있는 베네수엘라 선수단. 마이애미=AP 뉴시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베네수엘라 4번 타자 에우헤니오 수아레스(35·신시내티)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9회초에 미국을 상대로 3-2로 앞서가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린 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베네수엘라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결국 3-2로 승리하면서 이 대회 첫 우승 기록을 남겼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수아레스는 “아무도 우리를 믿지 않았지만 우린 결국 해냈다. 온 베네수엘라의 경사”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2006년 제1회 대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여섯 번 모두 참가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결승 진출 기록도 없었다. 2009년 대회 4강 진출이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베네수엘라는 당시 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에 2-10으로 패했었다. 직전에 열린 2023년 대회 때는 8강에서 미국에 7-9로 패해 짐을 쌌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에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D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5-7로 패하며 조 2위를 차지한 베네수엘라는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8-5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준결승에서는 이번 대회 무패를 기록 중이던 이탈리아를 4-2로 격침한 뒤 이날 ‘드림팀’으로 불리던 미국마저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 베네수엘라 대표 선수 30명 가운데 25명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소속이다.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 KT에서 뛰었던 헤이수스(엔마누엘 데 헤수스·30)와 2023, 2024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리카르도 산체스(29)도 WBC 우승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역대 최강 전력을 구성했다고 자부했던 미국 선수단은 이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자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섰지만 같은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미국은 직전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역시 2-3으로 패한 데 이어 두 대회 연속으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베네수엘라 주장 살바도르 페레스(36·캔자스시티)는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를 이기고 난 뒤 외진 시골 마을에서 흑백 TV로 경기를 보며 우리를 응원해 준 분들 영상을 봤다. 베네수엘라 모든 국민의 마음이 우리와 함께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해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페레스는 아메리칸리그(AL)에서 포수 부문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각 5번 받은 선수로 이번 대회 내내 베네수엘라 안방을 지켰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마이켈 가르시아(26·캔자스시티)에게 돌아갔다. 가르시아는 이날 3회초에 희생플라이로 선제 타점을 올리는 등 이번 대회 7경기에서 타율 0.385,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AL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가르시아는 “미국 팀도 아주 훌륭한 경기를 했다. 그러나 신은 베네수엘라에 WBC 우승 트로피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마두로 더비’로 불리며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1월 군사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뒤 자국으로 압송했다. 이후 정치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나라가 이날 야구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기 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최근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마법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국의) 51번째 주(州) 편입은 어떤가?”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이 경기에서 패한 후에는 “(베네수엘라에) 주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남기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 후 베네수엘라 정부를 이끌고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미국을 꺾고 우승한 18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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