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對中) 수출을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0 반도체에 대해 중국이 자국 기업들의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정부 공식 조달 목록에 포함하는 등 중국이 반도체 자력갱생에 나선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H200을 구입하려 할 경우 구매 요청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절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요청서엔 화웨이 등 중국산 반도체를 쓰지 않는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 특히 공공 부문에서 H200 구매를 금지하고 자국산 반도체만 사용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올 8월 미국이 저성능 AI 반도체 H20 대중 수출을 허용했을 때도 중국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H20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 또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요금을 보조해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화웨이, 캠브릭온 등 중국산 AI 반도체 제조사들을 정부 승인 공급업체 목록에 추가해 공공부문에서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한 건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에 필적할 만한 AI 반도체를 제공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거라고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전했다. 화웨이는 올 7월 독자 생산한 AI 반도체 어센드910C 384개로 구축한 ‘클라우드매트릭스 384’를 공개했다. 어센드910C의 개별 성능은 엔비디아 반도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수백 개 연결해 만든 AI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블랙웰 기반의 NVL72와 거의 동등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확인했다는 것.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이 화웨이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고, 중국에서도 미국 기술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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