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세안의 중·장기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한-아세안 포럼(ASEAN-Korea Forum)’이 지난 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CSP(Contributor, Springboard, Partner)비전을 중심으로 교육·청년·문화에서 경제·디지털·안보에 이르기까지 세션별 협력 모델이 논의됐으며, 동티모르를 포함한 ‘ASEAN-11’ 체제, 1,500만 명 인적 교류 확대, 3,000억 달러 교역 기반 구축, 초국가범죄 공동 대응 등 구체적 실행 과제가 제안됐다.
이번 포럼은 고려대학교 아세안센터, 필리핀 스트랏베이스 연구소, 필리핀국립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협력하여 지오폴리틱스인사이트가 주관했다. 행사에는 필리핀 하원외교위원장,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인사, 외교부 차관 및 아세안 회원국 대사단과 공공기관 관계자, 아시아개발은행(ADB), 주요 연구기관 전문가 등이 참석해 CSP 비전의 단계별 이행 방향을 논의했다. 개막식에서 양측 대표단은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된 한-아세안 관계를 CSP 비전을 통해 더욱 심화·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실행 체계와 구체적 이행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첫 번째 세션 ‘Contributor for Dreams and Hope’에서는 교육·문화·청년 교류를 중심으로 사회·문화 협력이 논의됐다. 발표자들은 인적 이동 규모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CSP 청년장학 프로그램, 기술·직업교육(TVET) 협력, 교환학생 제도 확대 등을 제안했다. 동티모르의 아세안 정식 가입을 고려한 ‘ASEAN-11’ 체제 협력 가능성도 함께 논의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최근 협력 구조가 경제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문화공동체 프로그램, 청년 리더십 플랫폼, 디지털 기반 문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 ‘Springboard for Growth and Innovation’에서는 경제·산업 협력 전략이 다뤄졌다. 발표자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전환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아세안의 공동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사무국 및 ADB 관계자들은 그린 전환을 위한 금융 협력, 스마트 물류망 구축, 디지털 정부(e-Government) 협력 등 우선 추진 과제를 제시했으며, ASEAN 전력망(APG) 연계 확대와 3,000억 달러 교역 기반 확립을 위한 제도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 번째 세션 ‘Partner for Peace and Stability’에서는 정치·안보 분야 협력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해양 안전, 초국가범죄 대응, 사이버 안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자 협력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한-아세안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보 협력의 흐름을 평가하며, 정보 공유 체계와 비군사적 협력의 정례화도 제안했다. 또한 한국 경찰기관과 아세아나폴(ASEANAPOL) 간 공조 체계 구축 논의도 이어졌다.
주최 측은 “이번 포럼은 CSP 비전 실현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과제를 도출하는 첫 단계의 회의였다”며 “각 세션에서 제안된 협력 모델을 토대로 정례 대화와 공동 연구를 지속해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후속 협력 채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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