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9개 대학 중 6곳이 연방 지원금 등 혜택을 줄 테니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에서 직접 대학에 전화를 걸어 협약에 수용할 것을 요청했지만 다수가 “학문적 자유”와 “자율성”에 대한 정부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2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에 협약을 제안 받은 미국 대학 9곳 중 6곳이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1차 마감 시한인 이날까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브라운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버지니아대, 다트머스대가 최종적으로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백악관은 연방 연구 지원금을 포함해 여러 혜택을 대가로 △입학·채용 과정에서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우대 금지 △외국인 학부생 등록률 15%로 제한 △등록금 5년간 동결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협약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11일 MIT가 “과학 연구에 대한 재정 지원은 오로지 과학적 성과에 기반해야 한다”며 협약을 거절한 것을 시작으로 16일까지 브라운대와 USC, 유펜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WP에 따르면 17일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들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대학을 중심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협약을 수용하도록 요청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과 백악관 국내정책 책임자 빈센트 헤일리, 특별보좌관 에릭 블레드소 등이 전화통화에 나섰다. 그러나 통화 하루 만에 버지니아대와 다트머스대가 공개적으로 협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트머스대 시안 리아 베일록 총장은 맥마흔 장관 등에 보낸 서한에서 “공화당 정권이든 민주당 정권이든지 관계 없이, 협약을 통한 정부의 개입이 미국 주요 대학을 교육과 연구 사명에 집중하도록 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머지 3곳 중 애리조나대와 밴더빌트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고 “추가 논의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학문적 자유’와 ‘자율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텍사스대(UT) 1곳만 협약에 서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재집권 후 미국 명문 대학들이 진보 사상에 젖어 있다며 반(反)유대주의와 DEI 정책 변경 등을 압박해왔다. 행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하버드대에는 22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연방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으나 연방 법원이 위법 결정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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