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립여당인 중도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10일 강경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사진) 신임 집권 자민당 총재와의 노선 차이 등을 이유로 자민당과의 결별을 전격 선언했다. 이로 인해 1999년 탄생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 또한 26년 만에 붕괴됐다.
4일 신임 총재에 오른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 또한 취임 6일 만에 연정 파트너를 잃으면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이달 중순경 국회에서 이뤄질 그의 총리 지명 통과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사이토 데쓰오(斉藤鐵夫) 공명당 대표는 10일 오후 연립 정권 유지를 놓고 약 90분간 다카이치 총재를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사이토 총재는 “자민당과 더는 같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달 20일 이후로 예상되는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공명당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카이치 총재는 “26년간 협력해 왔는데 유감”이라고 했다.
총리 지명이 이뤄지는 중의원(하원)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불과 196석만 보유하고 있다. 총리 지명 1차 투표 시 통과에 필요한 과반(233석)에 한참 모자란다. 이런 상황에서 공명당(24석)이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한층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야당은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등이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총재가 정치 노선이 비슷한 일본유신회 등과의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명당은 다카이치 총재의 선출 직후 신임 자민당 지도부의 강경보수 성향 등을 줄곧 문제 삼았다. 특히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위패가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 참배, 과도한 외국인 배척, 자민당의 고질적 문제인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대응 등을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앞의 두 사안에 대해서는 두 당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공명당이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업 및 단체 후원금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청하면서 대립이 격화했다. 자민당은 정치 활동에 영향이 크다며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가 중의원에서 총리 지명 1차 투표를 할 때는 과반 득표자가 없었다. 이후 이시바 총리가 결선 투표에서 221표를 얻어 노다 대표(160표)를 꺾었다. 결선 투표에서는 과반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에 오른다. 이를 감안할 때 제1당 소속인 다카이치 총재가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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