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당내 초선 의원들에게 100만 원 상당 상품권 건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3일 22시 31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해 10월 일본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 15명가량이 이달 초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10만 엔(약 98만 원)어치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보수파를 중심으로 당내 입지가 약한 이시바 총리에 대한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품권을 건넨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이른바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은 이달 3일 이시바 총리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뒤 총리의 의원 사무실 측에서 1인당 10만 엔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렸다.

간담회가 끝난 뒤 총리 비서가 참가한 의원들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오늘의 기념품입니다”라고 말한 뒤 상품권이 든 백화점 종이가방을 건넸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 측이 건넨 상품권 총액은 100만 엔(약 980만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 의원 사무실 측은 아사히신문 취재에 “(3일 열린) 간담회는 내부 모임이었다”라며 모임에 대해서는 상세한 언급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상품권을 받은 의원 일부는 다른 동료 의원들과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고, 일부 의원은 이시바 총리 사무실에 찾아가 돌려줬다.

일본 정치자금 규정법에 따르면 정치인이 개인에게 현금, 상품권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0만 엔 상당의 상품권은 사회 통념상의 기념품 수준을 넘어선다”는 전문가 발언을 소개하며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총리가 후배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준 게 아니냐는 이번 의혹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023년 말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퇴진하면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돼 총리직에 올랐다.

정치자금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 온 이시바 총리 본인이 상품권을 건넸다는 의혹이라 파장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민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이시바 총리 체제로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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