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미국 우편국(USPS)이 4일(현지 시간) 중국과 홍콩발 택배 배송 접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재개키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국 수입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는 등 미중 간 ‘통상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택배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다. 현재 미국 쇼핑앱 1, 2위 업체는 중국계인 ‘테무’와 ‘쉬인’이다. 택배 차단 발표가 난 이날 하루 동안 미 현지에서는 중국발 물품 중단에 따른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간 중국계 쇼핑앱을 통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해 왔던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물가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 것이다. 이날 차단 조치는 일단 하루 만에 해제됐지만 미중 통상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무(無)관세 혜택 누려온 ‘중국계 쇼핑앱’ 노려
이날 우편국 발표는 4일 0시부터 미국이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역시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 10∼15%의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서는 상황에서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허가 규정(de minimis)’을 종료시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소허가 규정은 가격이 800달러 미만인 품목에 대해선 특별한 세관 검사나 세금 징수 없이 외국에서 미국으로 물품을 반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930년대부터 운용된 이 제도는 꾸준히 허용 금액을 높여 왔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이 제도 적용을 종료시켰다. 중국 업체들이 최소허가 규정을 이용해 저가 물품을 대거 들여와 미국 시장을 잠식했고, 펜타닐(좀비 마약) 등 불법적이고 위험한 물품도 일부 유입시킨다고 판단한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중국에서 들어오는 택배들은 내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관세도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허가 규정을 통해 미국으로 온 택배는 약 14억 건으로 2022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미 하원 공화당 의회 보고서는 이 중 절반이 중국발 택배라고 분석했다. 특히 싱크탱크인 피터슨연구소는 중국발 택배의 약 3분의 1을 테무와 쉬인의 것으로 추정했다.
테무와 쉬인은 미국 기업인 아마존(7위)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평정했다. 아마존에선 미국산 골프 티(공을 올려 두는 받침)를 5개에 8달러에 팔지만, 테무에서는 같은 가격에 비슷한 제품 60개를 살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처럼 테무와 쉬인 등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건 최소허가 규정을 이용해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무관세로 직배송했기 때문이다.
● 아마존 등 미국 기업 이익-소비자는 타격
하지만 이번 조치로 테무와 쉬인 등 중국계 쇼핑앱 업체들은 우편국을 통한 배송이 지연되거나 차단될 위기를 경험했다. NYT는 “앞으로의 주문은 물론이고 이미 주문한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덱스와 UPS 등 최소허가 규정 택배의 상당 부분을 처리해 온 민간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논란이 됐다.
NYT는 “페덱스 등 관련 기업은 미국 세관 당국의 자원 부족으로 모든 택배를 검사할 수 없는 현실을 우려해 왔다”며 “최소허가 규정이 종료되면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발 택배 차단 같은 조치가 아마존 등 미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WP는 “테무와 쉬인의 물품 가격이 30% 더 비싸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연간 약 220억 달러를 더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증시에서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주가가 2% 이상 하락했고, JD닷컴 역시 주가가 5% 이상 폭락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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