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팔 몰아내려는 시도 명확히 거부”…이주 후보지 요르단-이집트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5일 12시 54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밝혔다. 2025.02.05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밝혔다. 2025.02.05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야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자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아랍권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의미하는 ‘두 국가 해법’을 준수하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중동 지역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가자지구는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난 사람들이 가자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자로 가면 사람들이 결국 죽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도 아랍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에 팔레스타인인들을 대거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미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가 네타냐후 방문에 맞춰 준비한 10억 달러 무기 판매를 중단시켰다. 2025.02.05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미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가 네타냐후 방문에 맞춰 준비한 10억 달러 무기 판매를 중단시켰다. 2025.02.05 워싱턴=AP 뉴시스
회견 직후 아랍 맹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에 대해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통해 “사우디 외교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팔레스타인 독립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의 정착 정책, 토지 합병 또는 팔레스타인인을 땅에서 몰아내려는 시도로 팔레스타인인들의 합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명확하게 거부한다“고도 밝혔다.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강하게 의식해온 사우디로선 이례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 이란 견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사우디가 관계 정상화 전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독립을 내건 것으로도 풀이된다.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이스라엘 측에 요구하지 않는 인상을 보일 경우,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이자 아랍 맹주로서 존재감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앞서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 국가로 지목된 이집트와 요르단도 이주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집트 압둘 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 4일 통화하고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문제를 논의했다. 현지 관리는 해당 통화 내용과 관련해 ”아랍권이 단일한 입장을 내야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220만 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주민을 자국 내 수용할 경우 치안 불안 등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이달 3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아랍 5개국 외교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공동 서한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을 떠나기를 원치 않고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명백히 지지한다”면서 “가자지구의 재건은 가자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내에서도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가자지구 최대 도시 라파에서 거주중인 팔레스타인 주민 이하브 아메드는 AFP에 “가자지구 주민 이주는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에 가진 애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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