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소셜미디어에서는 멜라니아 여사의 모자를 쾌걸 조로에 비유한 게시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X캡쳐
“멜라니아는 여전히 프라이버시를 갈구하고 있다.” (CNN) “그녀는 자신의 경계를 스스로 그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행사에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보여준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대통령 취임식에서 볼 수 있던 전형적인 영부인 룩과는 거리가 먼, 어둡고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로 인해 ‘마피아 미망인이나 이름 없는 종교 집단의 고위 성직자 같다(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까지 나왔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짙은 남색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같은 색의 펜슬 스커트, 목라인을 감싸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이른바 ‘킬힐’이라고 불리는 발등이 드러나는 높은 검정 스텔레토힐 구두를 신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자였는데, 남성 중절모를 연상케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가운데에 하얀 띄가 둘러져 있었다. 챙은 더 넓어 멜라니아 여사의 눈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만 숙여도 표정조차 관찰하기 어려웠다. 실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멜라니아 여사에게 키스를 하려고 다가가다 챙에 부딪혀 허공에 키스하는 모습이 잡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NYT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모자를 쓰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멜라니아의 모자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볼 수 없도록 고안된 의도적인 것이었다”며 “(미국 소설 속 다크 히어로 캐릭터인 쾌걸) 조로와 비교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모자는 뉴욕의 모자 디자이너인 에릭 제이비츠의 작품이고 코트 역시 뉴욕 디자이너인 아담 립스의 것이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대중에 드러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사생활을 중시해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렸다. NYT는 “이날 모습은 남편이 정계에 나선 이후 쌓아온 폐쇄적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며 “남편이 취임선서를 하는 동안에도 모자와 코트를 벗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멜라니아 여사는 1기 취임식 때는 재클린 케네디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평을 받은 랄프 로렌의 밝은 하늘색 정장을 입었다. 그때만 해도 백악관의 문법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했지만 2기인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란 분석도 나왔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런 스타일은 JD밴스 부통령의 아내 우샤 밴스가 입은 파스텔 핑크색 캐시미어 코트 드레스와 대조돼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우샤 밴스가 착용한 옷은 역대 미국 영부인들이 가장 사랑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것으로, ‘이번에는 우샤가 재클린 케네디에게서 힌트를 얻었다(CNN)’는 평가가 나왔다.
가디언은 “멜라니아 여사는 어두운 의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남편의 두 번째 임기에 대한 열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 듯 하다”고 평했다. CNN은 “그녀의 실루엣은 거의 군대 같은 느낌이고 갑옷처럼 느껴진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4년 동안 정말 집요한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외부 세계에 대한 방패 같은 옷을 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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