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지방정부들이 올해 지역 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를 5% 이상으로 속속 제시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큰 데다 부동산 시장 부실, 소비 침체 등 중국 경제의 기존 문제도 여전해 해외 전문가들은 중국 GDP 증가율이 올해 4.5%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15일 상하이 당국은 인민대표회의를 열고 올해 GDP 증가율 목표를 5%로 제시했다. 당국은 “지난해 인공지능(AI)·집적회로·생명공학 등 3대 선도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 경제 규모가 5조 위안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 올해에도 GDP 5%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자컴퓨팅 등 전략 최우선 산업 육성 △중저소득층의 소득 증대 △글로벌 페스티벌 통한 관광 유치 등을 중점 추진 방안으로 제시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1월 중순부터 자체 양회(정치협상회의·인민대표대회)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성과 보고와 향후 1년간 경제 계획을 발표한다. 이후 3월 중앙에서 진행하는 전국 양회를 통해 국가 전체의 경제 방향과 목표치가 공개된다.
전날 인민대표회의가 개막한 베이징시도 올해 GDP 목표치를 상하이와 마찬가지인 5%로 정했다. 경제 규모로 중국 전체 10위권 안에 드는 푸젠성도 이날 올해 목표치를 5~5.5%로 제시했고, 광둥성과 허베이성 역시 5% 안팎으로 목표를 정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한 ‘2025년 신년사’에서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과 압박이 크다면서도 “우리는 여태껏 비바람 속에서 성장했고, 자신감으로 가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신년 차담회에서도 지난해 GDP 증가율이 당초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의 예측은 당국의 기대 섞인 목표치와 다르다. 로이터통신은 이코노미스트 64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중국의 GDP 증가율은 4.5%으로 예상된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6년에는 이보다 낮은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의 경우 연말 수출 밀어내기 효과 등으로 중국의 GDP 증가율이 4.9%에 도달하겠지만, 올해 미국의 대중 고관세 정책 등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중국 경제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 시장 확대를 경제 성장의 척도로 꼽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부동산 시장은 올해에도 쉽사리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많은 지방정부들이 업무의 초점을 내수 진작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UBS는 “대외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올해 경기 부양책 규모가 작년보다 두 배 또는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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