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그만둬요, 조”…질 여사, 바이든의 ‘가자 정책’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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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그만해요. 당장 그만둬요, 조(Stop it now, Jo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편 남편에게 최근 한 말이다. 전쟁 장기화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남편의 11월 재선 가도에도 악영향을 미치자 당장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으라고 종용한 것이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 관계자를 초청한 비공개 백악관 행사에서 최근 질 여사로부터 이같은 질책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한 행사 참가자가 “아내가 친이스라엘 성향인 바이든 행정부 주최 행사에 가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해한다”며 이 일화를 언급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 의료 봉사를 한 적이 있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의사가 바이든 행정부와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중간에 퇴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퇴장 직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8살 소녀가 빠른 휴전을 촉구하며 쓴 편지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넸다.

집권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었던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는 중동전쟁 발발 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센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 경합주를 비롯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열세를 보이자 백악관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만류에도 140만 명이 거주하는 라파에 대한 지상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1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화상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라파 지상전 정책을 두고 고성까지 질렀다. 당시 더머 장관은 “라파 주민을 비교적 안전한 가자지구 북부로 이동시킨 뒤 라파에서 지상전을 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이성을 잃고 흥분했다고 NBC방송이 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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