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표심 잃을라…바이든 ‘US스틸 매각 반대’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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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15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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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모두 철강 노동자에 구애"…펜실베이니아·철강노조 표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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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로의 US스틸 매각에 공개 반대한 가운데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각) US스틸 매각 문제를 다룬 분석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가 올가을 선거를 앞두고 철강 노동자들에게 구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 본부를 둔 US스틸은 1901년 설립된 미국 철강 산업의 상징 격인 업체다. 앞서 일본 언론은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이 약 141억 달러(18조7374억 원) 상당에 US스틸을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철강노조를 비롯해 이른바 ‘러스트 벨트’ 지역의 정치인 등이 US스틸 매각에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백악관에서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국가안보 영향 조사를 언급했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힌다. 197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2차례의 미국 대선에서 8번을 민주당, 4번을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들 선거 중 2000년과 2004년을 제외하면 모두 펜실베이니아가 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50.0%를 득표, 48.8%를 득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p 미만의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WSJ은 이런 상황에서 “철강은 여전히 펜실베이니아의 정체성의 중심”이라며 US스틸 거래를 용인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이 지역 표심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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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자신이 당선되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즉각 저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재임 기간 철강 산업에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의 정책을 집행했다.

WSJ은 “철강은 양측 정당 모두가 열중하는 문제”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강 수입에 관세를 부과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산 금속 제품에 보조금 지급을 지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으로 묘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결국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철강 노조원의 표심을 노렸다는 것이다.

WSJ은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겠다고 명시적으로 약속하지 않은 데 주목했다. 아울러 일련의 상황에 오하이오 소재 경쟁 업체 클리블랜드-클리프의 로비도 있었다고 봤다.

보도에 따르면 클리블랜드-클리프 측 직원들은 최근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을 만나 펜실베이니아 US스틸 공장 노동자에 대한 일본제철의 해고 가능성에 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WSJ은 일본제철이 최근 로비스트 고용을 서두르는 한편 모리 다카히로 부사장이 워싱턴과 피츠버그를 방문해 연쇄 회의를 했다고도 전했다. 일본제철은 일단 거래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WSJ은 특히 모리 부사장이 철강노조 지도부와도 만나기 시작했다며 그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4월 방미 이전에 노조와의 대화 등에서 진전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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