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에 살해된 伊 여대생 장례식에 추모객 1만명 모여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6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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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아버지 "여성 학대·살인 종식하는 전환점 되길 바라"
졸업 앞두고 살해당한 줄리아 체체틴…20개 이상 자상 발견
로마 검찰청 관계자 "여성 폭력 사건, 하루에 10번꼴 발생"

지난달 졸업을 며칠 앞두고 전 남자친구에 살해당한 이탈리아 여대생 줄리아 체체틴(22)의 장례식이 베네토주 파도바의 산타 주스티나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파도바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줄리아 체체틴의 장례식을 위해 전국에서 약 1만명의 추모객이 이날 오전 파도바의 산타 주스티나 대성당에 모였다.

체체틴은 졸업날까지 5일 앞둔 지난달 11일 전 남자친구인 필리포 투레타(21)에게 살해당했다. 발견된 체체틴의 시신에서는 머리와 목 부분에 20개 이상의 깊은 자상이 확인됐다.

필리포 투레타는 체체틴을 살해한 후 차를 타고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까지 도주했다. 그는 얼마 후 독일 라이프치히 근처에서 한 운전자가 고속도로에 불이 꺼진 채 주차돼 있는 차량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체포된 뒤 이탈리아로 송환됐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살해 사실을 자백했다.

체체틴의 장례식이 거행된 대성당은 1200명만 수용할 수 있어 나머지 추모객들은 야외 대형 스크린과 TV생중계를 통해 체체틴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다.

체체틴의 아버지는 장례식에서 “딸의 죽음이 여성에 대한 학대와 살인을 종식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체체틴의 관이 성당을 떠날 때 추모객들은 폭력을 침묵으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열쇠 등을 흔들었다.

베네토주에서는 이날이 애도의 날로 선포되며 공공건물에 애도를 뜻을 표하는 반기를 게양했다.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는 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줄리아 체체틴의 장례식 날인 오늘, 베네토 지역 전체가 젠더 폭력에 반대한다는 신호를 크고 분명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최근 몇 주 동안 이탈리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인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는 여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여전히 만연한 여성 폭력 문화에 맞서기 위해 학교에서 새로운 교육 캠페인을 도입할 것을 약속했다.

로마 검찰청의 프란체스코 로 보이 검사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동안 로마에서 여성 폭력에 대한 긴급 개입 조치인 ‘코드 레드’가 3392건 발동됐으며, 이는 하루에 여성 폭력 사건이 10건씩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8433건의 새로운 소송이 시작됐고 검찰이 접근 금지를 통제하기 위한 전자기기 착용, 구금 등 용의자에 대한 약 700가지의 예방 조치를 제시했는데 법원이 거의 모든 소송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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