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들, 경제난에 ‘숙식 제공’ 훠궈 전문점-3700원 랜덤도시락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5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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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징에 있는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 웨이보 캡처
중국 난징에 있는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 웨이보 캡처
“담요와 베개는 제공해드릴 수 있지만 내일 오전 7시에는 가게를 나가셔야 합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유명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의 종업원이 영업이 끝난 자정 무렵 입장한 손님들을 향해 한 말이다. 테이블 한가운데는 끓는 훠궈 국물 냄비가 있고 손님들은 기름기 가득한 테이블 아래에서 눈을 붙이고 식당의 화장실을 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간) “한 끼 식사 가격으로 상하이 중심부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는 이 식당을 많은 젊은이가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무자비한 절약광’이라 부르는 이들이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식당에서 잠을 자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난징루에 있는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는 ‘블라인드 박스’가 인기다. 온라인 선착순으로 주문받는 이 상품은 메인요리 2개와 반찬 2개를 2.75달러(3700원) 미만에 살 수 있다. 단 어떤 음식이 들어있는지는 미리 알 수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알뜰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들이 인기다.

‘사악하게 돈을 절약하는 악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27세의 블로거는 폐점 시간에 식료품점을 찾아 식비를 아끼고 수박 껍질을 절여 만든 간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블로거는 “(블로그) 온라인 광고로 벌어들인 돈을 저축하고 있다”며 “앞으로 3년만 이대로 살면 중국 남부 거대 도시인 선전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WP는 “지금 중국의 젊은이들은 미래 임금으로 부모나 조부모보다 더 나은 생활방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중국의 피나는 교육제도를 견뎠다”며 “이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압박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들에게는 검소함이 단지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중국의 경쟁적인 직장과 학교 문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올 6월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통계 작성 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국은 아예 7, 8월 청년 실업률은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민심 이반을 우려해 더 나빠진 지표를 공개하지 않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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