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글로벌 사우스’ 포섭 잰걸음… 중앙亞-중남미와 잇단 협력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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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중앙아 5國과 첫 정상회담
중남미-阿 등 33國과도 PAC 출범
中 국제무대 비운 사이 틈새공략
中 “내달 일대일로 포럼 110國 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9일 미국 뉴욕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C5+1(미국)’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뉴욕=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9일 미국 뉴욕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C5+1(미국)’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뉴욕=AP 뉴시스
미국이 중앙아시아와 중남미, 서아프리카 국가와 잇달아 다국적 협력체를 신설했다. 최근 더딘 경기 회복과 지도부 혼란으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글로벌 사우스(신흥·개발도상국)’ 포섭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합종연횡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中 자리 비운 새 제3국가 공략하는 美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뉴욕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이른바 ‘C5+1(미국)’ 정상회의를 했다. 미국은 2015년부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C5+1 외교장관 회담을 해왔지만 정상회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5+1 협의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이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창설했다. 이 5개국은 중국과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 전략 중 육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 국가들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 5월 옛 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이 5개국 정상을 육상 실크로드 출발지 시안(西安)으로 초청해 ‘C(중국)+C5’ 정상회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정면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백악관은 정상회의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중앙아시아의 방대한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C5+1 핵심광물 협의체 출범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광물 무기화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고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위해 러시아 및 중국의 영향력이 큰 중앙아시아를 끌어들이겠다는 속내다.

백악관은 또 ‘중간 회랑(回廊)’으로 불리는 카스피해 횡단 무역로 구축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비롯한 ‘신스파이스 루트’(향신료길)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육상 실크로드에서도 중국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8일에도 대서양을 끼고 있는 유럽과 서아프리카, 중남미 등 33개국이 참여하는 대서양협력체(PAC)를 출범시켰다. PAC에는 브릭스(BRICS) 핵심국 브라질은 물론이고 중국이 해군기지 건설을 시도하는 적도 기니, 일대일로에 참여 중인 나이지리아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에는 태평양 도서국(島嶼國)과 두 번째 정상회의를 한다.

● 中 “일대일로 10주년 포럼에 110여 개국 참가”

미중 경쟁 등에 따라 세계 경제의 블록화는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수도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세계 110여 개국 대표가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푸틴 대통령도 참석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그동안 중국이 공들여 온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래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건너뛴 데 이어 유엔 총회에도 불참한 틈을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를 전방위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PAC 등을 언급하며 “이 중대한 시기 미국 대통령의 의무는 미국을 이끌고 공통 목적으로 연결된 모든 지역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런 파트너십은 어느 국가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나 미일 안전보장조약 방식의 안보 협정을 맺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중재로 일격을 맞은 중동에서도 실추된 영향력을 다시 다지려는 의도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표현. 북반구에 위치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대비해 이들 국가가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있는 데서 비롯했다. 인도를 대표주자로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과 아시아의 120여 개국이 속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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