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릴 배신했다”…‘늦장·부실 대응’ 모로코서 커지는 분노

  • 뉴스1
  • 입력 2023년 9월 13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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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배신이다. 완전한 배신이다.”

지난 8일 규모 6.8의 지진으로 무너진 4층짜리 건물에서 잔해를 파헤치던 자말 르바키는 부모가 실종된 지 나흘이 지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르바키는 정부가 지진 구호 작업에 뒷전이라며 “사람들이 잔해에 깔려 죽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모로코 아틀라스산맥 지역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산악마을 탈랏 니야쿠브에는 현재 모로코 군인들과 구조대원들이 파견돼 구조작업을 돕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식수와 식량, 텐트, 담요 등의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정부는 현장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고 그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도 마라케시에 거주하던 르바키는 지진이 발생하자 12시간이 걸려 부모가 거주하는 탈랏 니야쿠브에 도착했지만 수일간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르바키는 재난 당국의 도움 없이 살아남은 주민들과 함께 직접 생존자들을 찾아내고 시신을 매장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주민들을 위한 구호품 역시 재난 당국이 아닌 지역 자선 단체를 통해 전달됐다고 르바키는 지적했다.

르바키는 “국민을 도와야 할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정부가 우리를 거부하는 것 같다”며 “심장에 칼이 꽂힌 기분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지진 발생 이후 12시간이 넘은 뒤에야 대책 회의를 열었다. 또 현재 모로코 정부는 주변국들의 지원 손길을 뿌리치고 영국, 스페인 등 4개국의 지원만 제한적으로 받았다.

의사소통이 원할하지 않을 때 현장에서 대응에 혼선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지원을 거절하는 데는 모로코 당국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901명, 부상자는 5530명으로 늘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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