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700km 3박4일 열차 이동… ‘北-러 우주기지 회담’ 상징성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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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정상회담]
러 “전면적 방문” 공식만찬 할듯
접경지역 하산역서 金 환영행사… 블라디보스토크 안 가고 계속 북행
푸틴 “우주기지 방문 계획 있다”… 정상회담서 군사협력 과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전면적 방문(full scale visit)이 될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직후인 11일(현지 시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대일 회담을 비롯한 북-러 대표단 간 회담, 이어지는 성대한 공식 만찬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얘기다.

12일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들어온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당초 예상됐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는 이날 러시아 연해주를 지나 아무르주로 향했다.

● 전용열차, 연해주 넘어 북쪽으로 달려


10일 저녁 북한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정상회담 개최지로 예상되는 보스토치니까지 약 2700km를 3박 4일 동안 달렸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평양에서 2700km 떨어진 베트남 북부 동당역까지 66시간가량 열차로 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위로 이동하는 전용열차 모습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일본 매체 카메라에 종종 포착됐다. NHK는 이날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보이는 초록색 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지 않고 연해주를 넘어 계속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도 “김 위원장의 장갑열차가 연해주 라즈돌나야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 열차는 이날 오전 북한-러시아 접경인 하산역(驛)에 도착했다. 하산역에서는 러시아 측의 김 위원장 환영 행사가 열렸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하산역에서 김 위원장 기차가 ‘완전히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철로를 지났다고 묘사했다.

하산역을 떠난 김 위원장 열차는 우수리스크 방향으로 향했다. 당초 이 열차는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향을 틀어 오후 1시 10분경 러시아 극동 최대 도시 하바롭스크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열차가 달리는 TSR을 따라가면 극동 최대 도시 하바롭스크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나온다. 인테르팍스통신은 김 위원장 열차가 우수리스크에서 기관차 승무원을 교체한 뒤 TSR을 따라 아무르주가 있는 북서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도 이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주기지서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소련 시절 우주대국 위상을 되찾으려는 러시아가 2012년 새로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다. 이전까지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빌려 썼는데 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무기 거래를 통한 북-러 군사 협력 확대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러 정상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찾아 수호이(Su) 전투기 생산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제강, 정유, 조선, 목재 가공업 등이 발달한 산업도시다. 특히 이 도시의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에서는 Su-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이 생산된다. 잠수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도 있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하바롭스크주를 방문하면 2001년과 2002년 아버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북한 지도자로는 세 번째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김정일도 두 번째 하바롭스크주 방문 당시 이 도시의 전투기 생산공장을 시찰했다.

한편 12일 북한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 1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이 항공기는 김 위원장이 주로 이용한 항공기로 북-러 정상회담을 지원하는 북한 인력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러 정상회담#우주기지 회담#푸틴#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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