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마트 소금 판매대 한산 “사재기 없어요”[이상훈 특파원의 도쿄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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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예고에도 제품 쌓여
‘韓 소금대란’ 되레 日언론서 화제

도쿄=이상훈 특파원
도쿄=이상훈 특파원
18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대형할인점. 지하 1층 식품 매장 조미료 판매대에 각종 소금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kg당 300∼400엔(약 3000∼4000원)이었다. 일요일을 맞아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지만 소금 판매대 앞은 한산했다. 주부 마쓰모토 씨(56)는 “소금은 1년에 한 번 살까 말까 한데, 집에 많아 지금은 필요 없다”고 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문제로 한국에서는 소금 사재기가 벌어질 정도지만 정작 일본 국민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마트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후쿠시마 해양 방류 논란은 알지만 그것 때문에 소금을 사 놔야 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며 “방류가 시작되면 소금에 문제가 되느냐, 소금을 사 놔야 하느냐”라고 오히려 물었다. 마트 점원은 “점검해 봐야겠지만 체감상 소금 판매량이 달라졌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김치 담글 때를 비롯해 소금을 종종 kg 단위로 사지만 일본에서는 음식에 뿌려 먹는 정도로 쓰기 때문에 도매상이 아닌 슈퍼 같은 소매상에서 대용량 포장의 소금은 찾기 힘들다. 일본에서 소금은 후쿠시마현과는 1000km 이상 떨어진 에히메현이나 오키나와현 같은 서남부 지방에서 주로 난다.

되레 일본에서는 한국의 ‘천일염 대란’이 화제다.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주요 기사로 다루며 이 같은 소금 소동에 주목했다. 일본으로서는 오염수 방류를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일이 중요해 한국 반응에 민감하다. 그럼에도 일본 언론에서 오염수 방류 후 수산물 판매 저하를 우려하는 기사는 있어도 소금을 걱정하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일본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후쿠시마 및 인근 지역 어민 반발이다.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이 11일 후쿠시마 인근 미야기현 어업 종사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어민들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장관이 처음 왔다. 대응이 너무 늦다”며 질타했다. 지역 신문 후쿠시마민보(民報)가 최근 실시한 후쿠시마현 기초자치단체장 설문조사에서 단체장의 93%는 “소문 피해가 있다”고 응답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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