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싱하이밍 대사 초치에 정재호 주중대사 불러 항의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1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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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가 정재호 주중 대사를 불러 한국 외교부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招致)에 대해 항의했다. 싱 대사가 “(한국이) 미국에 베팅한 것은 잘못”이라는 등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을 쏟아낸 것에 우리 정부가 경고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와 제1야당 대표 간 회동이 한중 정부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가 10일 정 대사와의 웨젠(約見·회동을 약속하고 만남)을 통해 한국 측이 싱 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교류에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눙 부장조리는 정 대사에게 “싱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수호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현재 한중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반성하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강제 소환을 의미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남)이라는 표현 대신 약속하고 만남을 뜻하는 ‘웨젠’이란 표현을 사용해 항의 수위를 조절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다만 아시아 역내 양자 관계를 담당하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이 아닌 아시아 다자 관계를 담당하는 눙 부장조리(차관보)를 내세워 한국을 대하는 격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대사가 중국 측 요청으로 눙 부장조리와 면담한 사실을 전하며 “싱 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중국 농업농촌부의 초청으로 닝샤 회족자치구를 방문했다가 10일 베이징에 복귀하자마자 바로 중국 외교부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싱 대사의 발언을 두둔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소셜미디어 매체인 ‘뉴탄친(牛彈琴)’은 “현재 중국이 진다는 데 베팅한 사람은 이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한국아, 많은 일에 대해 서너 차례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한다. 때가 돼서 또 후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싱 대사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상대국을 겁박하는 발언으로 한국인의 대중(對中) 혐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10일 팡쿤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는 “베팅이나 후회라는 말은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말이지 한국을 특별하게 겨냥해서 한 말이 아니다. 왜 한국 정부 공격으로 규정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애당초 대한민국을 무시하며 경거망동한 것은 싱 대사였다. 중국이야말로 양국의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라“고 비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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