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LIV골프 합병에…美정치권으로 번진 ‘스포츠 워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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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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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전쟁’을 벌이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후원을 받는 LIV 골프가 6일(현지 시간) 전격 합병을 발표하면서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스포츠를 활용한 이미지 세탁)’ 논란이 미국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합병 발표에 대해 “골프계를 위한 크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합의”라며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썼다. 재임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즉각 환영 메시지를 낸 것은 LIV가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1년 ‘1·6 미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PGA 투어가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골프장에서 예정된 대회를 취소했는데 이제 PGA 투어와 LIV 골프 합병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아들 에릭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합병에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합병이 완료되면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대회가 계속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기금 운용 책임자로 있는 PIF가 후원하는 LIV 투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골프장 외에도 공화당 짐 저스티스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 소유 골프장에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가 스포츠를 통해 인권 침해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는 스포츠 워싱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PGA 투어 관계자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 인권 기록을 언급하며 미국 스포츠 분야 지분 소유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며 “아마도 그들 관심사는 인권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화당 강경파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도 “이제 사우디가 하나로 통일된 골프 왕국을 돈으로 사들였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비벡 라마스와미는 최근 자신의 선거 캠페인 회사가 LIV 골프 홍보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계약을 종료하기도 했다.

9·11테러와 사우디 연루 의혹을 제기해온 테러 생존자 및 유가족 단체 ‘9·11 저스티스’ 브렛 이글슨 회장은 성명에서 “명치를 주먹으로 맞은 것 같다”며 “이제 도덕과 살인보다 돈이 우선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가 이번 합병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사우디 정부에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사우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양국 관계는 인권 증진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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