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CNN… 릭트 CEO ‘우클릭’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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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뚝뚝… 취임 1년만에 흔들
정파성 논란에 직원감원 악재까지
트럼프 타운홀미팅 방송도 물의

미국 집권 민주당 성향의 방송사로 유명한 CNN이 정파성 논란, 낮은 시청률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취임 1년을 맞은 크리스 릭트 최고경영자(CEO·52·사진)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편향적인 보도를 줄이겠다”며 취임한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야당 공화당을 두둔하는 보도를 일삼자 이제는 전통 시청자층이 반발하고 있다고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이 2일 진단했다.

CNN은 내년 초 공화당 대선후보 예비 경선이 예정된 북동부 뉴햄프셔주에서 지난달 10일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약 70분간 독점 생중계했다. 대선주자를 초청해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이 부정 선거라는 기존 주장을 거듭 되풀이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사태도 옹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상대로 성추행 소송을 제기해 최근 500만 달러의 배상금 판결을 받은 여성 칼럼니스트 진 캐럴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했다. 방송이 끝나자 대부분 시청자는 “그의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하는 판을 왜 CNN이 깔아주느냐”고 반발했다.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CNN은 창피한 줄 알라”고 썼다.

그러나 릭트 CEO는 “타운홀 미팅을 보도하기로 결정한 방침은 옳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약 310만 명이 시청해 전날 밤 같은 시간대(약 71만 명)보다 시청자가 4배 이상 많았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지지층의 의회 난입 사태를 축소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그가 올 2월 “여성의 전성기는 40대까지”라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4월 퇴출된 앵커 돈 레몬의 위험성을 알면서 중용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레몬을 간판 진행자로 기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최소 300명을 감원하기로 한 결정도 임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스 프로듀서 출신인 릭트 CEO는 CBS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 ‘모닝쇼’의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다. 불륜으로 사퇴한 제프 저커 전 CEO의 뒤를 이어 CNN의 ‘구원 투수’로 영입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민주당 성향의 방송사#cnn#크리스 릭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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