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트럼프, 기소도 대권 활용…법원 출석 뒤 자택서 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3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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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치인들 사이에는 “부고 기사만 아니라면 그 어떤 기사라도 나는 게 좋다”라는 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2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과거 측근에게 “내가 아동성애자라는 내용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기소 결정된 불명예를 안았지만 여기에 쏠리는 관심까지도 차기 대권 행보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 뉴욕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을 둘러싼 자신의 유무죄 여부를 주장하는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와 연설할 예정이다.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3일 마러라고를 떠나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출두해 머그샷(체포 뒤 찍는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은 뒤 법정에 출석하게 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두 과정이나 법정에서는 특별히 세간의 관심을 끌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변호인인 존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법원에 출석할 때 안전 문제를 고려해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을 것 같다”며 “쇼맨십으로 보일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 이후 2024년 미국 대선판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과 동정표 확산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격차를 벌리며 단숨에 압도적 주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는 것에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가 ‘트럼프 저격수’로 돌아선 존 볼턴은 CBS방송에서 “이번 기소 건이 법정에서 무혐의 등으로 종결된다면 이는 그의 선거운동을 떠받칠 로켓 연료가 될 것”이라면서 “그는 공화당의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NYT는 “관심을 먹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트럼프가 또 다시 ‘서커스 무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도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2일 ABC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 62%는 ‘기소하지 말았어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 88%는 ‘기소가 옳다’고 응답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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