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MS 이어 메타마저…급속히 시들해지는 ‘메타버스’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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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테크(정보기술)업계를 휩쓸었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공간) 열풍이 빠르게 식고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로 시장 관심이 쏠리자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테크 업계는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그룹 디즈니는 지난해 2월 만든 메타버스 사업부를 폐쇄하고 부원 약 50명을 해고했다. 부서장 마이크 화이트 전 디즈니 소비자경험(UX) 담당 임원은 대기발령 상태다. 지난해 전 최고경영자(CEO) 밥 채팩이 ‘차세대 위대한 스토리텔링 개척지’라고 찬사를 보내며 출범시킨 부서가 1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WSJ은 “메타버스 대중화가 지체되면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형식에 승부를 건 테크 업체들을 좌절시켰다”고 전했다.

2021년 10월 메타버스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해 회사 이름까지 바꾼 메타(옛 페이스북)는 지난해 11월 직원 1만1000명을 해고하면서 메타버스 관련 부서를 대폭 축소했다. 메타는 곧 1만 명 추가 감원을 발표하며 메타버스 관련 개발자를 상당수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WSJ은 “지난달 실적 발표회에서 주커버그 CEO는 AI를 28번 언급했지만 메타버스는 단 7번 얘기했다”며 “메타 관심사가 메타버스에서 AI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7년 인수한 메타버스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가상현실) 서비스를 이달 초 종료했다. 증강현실(AR) 헤드셋을 개발하는 홀로렌즈 부서도 예삭 삭감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자체 개발자 회의 ‘구글I/O’에서 AR 기술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웠던 구글도 현재는 모든 역량을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중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AR·V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메타버스 내 부동산 가격을 추적하는 위메타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랜드 부동산 시세는 지난해 1㎡당 45달러에서 올해 5달러로 90% 하락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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