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미국처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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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6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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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티이미지코리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티이미지코리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TV 러시아24와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러시아 전술 핵무기 배치를 논의했고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자국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국가다. 러시아가 인접국에 핵무기를 새로 배치하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도 러시아가 국제 핵무기비확산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토 동맹국들에 핵무기를 배치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게 아니라 미국처럼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며 무기 통제권은 러시아가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월 1일까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보관할 특별 저장고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핵무기 운반 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대와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 10대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전술핵 무기 배치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비엔나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가 그간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겼었는데 이번 조치는 매우 중대한 움직임이자 커다란 변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현재까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가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이유나 러시아가 핵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지 못했다”며 “나토 동맹의 집단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서방에 대한 핵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공식적으로 중단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도 핵무기 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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