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쟁 장기화속 내분 등 국내 문제 직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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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부패-일탈 수면위로
경쟁자 언론 노출 통제 비판 불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저녁 일일 연설을 하고 있다. 2023.01.29/뉴스1(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갈무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저녁 일일 연설을 하고 있다. 2023.01.29/뉴스1(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갈무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조국을 구한 영웅으로 떠올랐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부 반발 등 국내 문제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단합의 물결 속에 잠시 묻혔던 고질적 병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을 설득해 대규모 지원을 얻어낸 대가로 자국 내 고위층의 부패와 일탈에 더 큰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고 22일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한 서방국 외교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구의 지원을 얻기 위한 추진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부패 의혹이나 정쟁 등 흙먼지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선 정치적 경쟁자의 언론 노출을 통제하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차기 대선주자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자 ‘철의 장군’으로 불리는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인을 얻지 못해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분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22일 러시아 관영방송 R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이고르 테레호우 시장은 소셜미디어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해 국가언어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를 내게 됐다. 하르키우는 주민 다수가 러시아계다. 테레호우 시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방송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해 과태료 처벌을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계 입문 전 함께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코스탼틴 페트루셰우스키는 “나는 대통령으로서 그가 잘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전쟁 장기화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히려 더 강경해지고 있어 여론의 지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3월 국민들로부터 러시아군 관련 정보를 제보받기 위해 개발한 텔레그램 챗봇 ‘eVorog(E-에너미)’ 관련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eVorog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보복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젤렌스키#전쟁 장기화#내부 분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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