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코로나 처음 알린 中리원량 훈장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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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中 감시 받아
본인도 환자 치료하다 감염돼 사망

미국 의회가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을 처음 폭로하고 숨진 중국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사진)에게 훈장 수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감추려던 중국 당국은 한때 그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처벌했지만 미국은 최고 권위의 상을 수여해 중국 체제를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4일 미 의회에 따르면 야당 공화당의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은 리원량에게 ‘의회 골드 메달’을 수여하는 법안을 9일 발의했다. 미 의회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으로 미 대통령이 주는 ‘자유 메달’과 함께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로이 의원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생명을 구하려 했고 중국의 투명성 또한 촉구했다”고 훈장 추진 이유를 밝혔다.

중국은 2019년 12월 말 후베이성 우한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호흡기 질환이 퍼지고 있을 때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리원량은 2019년 12월 30일 의대 동창들의 단체 대화방에 “우리 병원에서 7명이 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퍼지자 당국은 ‘원인 불명의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코로나19의 존재가 확인됐다.

당시 리원량은 공안에 불려가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내용이 담긴 ‘훈계서’(일종의 반성문)를 썼다. 당국의 감시도 받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진료하다 자신도 감염됐고 2020년 2월 7일 당시 34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중국 당국은 그가 숨진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에 관한 언급을 금기시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누리꾼은 그를 ‘가장 위험한 순간에 가장 용기를 냈던 인물’ ‘코로나19에 맞서 싸운 의인’이라고 애도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 의회#코로나#중국 리원량#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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